대상포진, 예방할 수 있다


글. 정재윤

 피부병변이 발생한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신경을 침범한 부위에 따라 경막외신경블록이나 별 신경절블록 등으로 손상된 신경을 치료한다. 면역력을 회복하기 위한 충분한 휴식과 영양요법도 중요하다.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가 감염 후 신경절에 잠복하고 있다가 면역력 저하로 인해 재활성화되어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정 신경이 분포하는 영역에만 띠 모양(帶狀)의 물집이 생기기 때문에 대상포진이라 한다. 대상포진 환자의 96%가 통증을 호소하며, 그 강도는 분만통이나 수술 후 통증보다 심하다. 요즘은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많이 알려져서 대상포진을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생각하는 분들은 거의 없지만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므로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 초기에는 몸의 한쪽 부위가 몹시 아픈 통증이 이어지다가 3~5일 후 피부에 반점과 함께 작은 물집이 드문드문 생기기 시작한다. 그것이 점점 뭉치면서 띠 모양을 이루는데, 가슴과 허리, 팔, 얼굴 순으로 많이 나타난다. 그러다 보니 신경통이나 디스크, 오십견, 늑막염으로 오진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바이러스가 신경 줄기를 따라 퍼지기 때문에 증상이 한쪽으로만 나타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두통을 호소하거나 팔다리가 저리기도 하며, 숨쉬기가 곤란하거나 근육통과 복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을 따라 움직이다가 눈에 침범하면 각막염 증상이 나타나거나, 심하면 영구적인 눈 손상을 입어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 또 안면 신경마비로 인해 한쪽 눈이 감기지 않거나 입이 삐뚤어질 수도 있다.

 대상포진의 유병률은 차츰 높아지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8.3%씩 증가하고 있으며, 건강보험 진료비도 2008년 884억 원에서 2015년 1258억 원으로 증가하였다.

 대상포진 치료는 피부병변이 발생한 후 72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고, 신경을 침범한 부위에 따라 경막외신경블록이나 별 신경절블록 등으로 손상된 신경을 치료한다. 면역력을 회복하기 위한 충분한 휴식과 영양요법도 중요하다.

 현재 대상포진 바이러스 백신은 2006년에 개발된 조스타박스가 유일하며, 평생 1회 접종으로 연령대에 따라 50~70% 예방 효과를 보인다. 올해 말쯤이면 다국적 제약회사인 GSK와 국내 기업인 SK케미칼에서도 백신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대상포진 예방접종의 부작용으로는, 일반적인 예방접종에서 나타나는 부작용, 즉 접종 부위의 발적, 통증 등이 접종자의 약 3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에서는 두통이 발생하는 예도 있다. 약독화 생백신이기 때문에 감기와 유사한 발열, 오한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접종 횟수는 1회이며 추가접종 권고지침은 아직 없다.

 대상포진의 재발률은 문헌에 따라 다르지만 2.3~6.8%까지 보고되고 있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세포 매개 면역이 재활성화되기 때문에 최소 3년 정도는 재발에 대한 보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예측치에 불과하며, 정확한 데이터는 아직 없다. 호주나 미국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 등의 기준에는 이미 대상포진에 걸린 적이 있다 하더라도 예방접종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대상포진 백신은 대상포진 발생을 예방할 뿐만 아니라 대상포진 후 신경통의 발생 위험도 크게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상포진에 걸리면 극심한 통증과 함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므로,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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