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20년, 미래를 만들다
사)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 20주년
취재. 김아영 객원기자

 사)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이 스와지랜드의 오지, 까풍아에 자리 잡은 지도 20년. 그 사이, 까풍아 원광유치원 1회 졸업생은 성인이 되었고, 허허벌판이던 곳에는 유치원과 보건소, 에이즈쉼터, 여성센터, 도서관, 직업 기술훈련, 은혜협동농장 등이 자리했다. “아프리카는 달라질 수 없다. 무모한 짓이다.”라고 말하던 사람들에게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이 증명해 보인 것. 느리지만 꾸준히 조금씩 변해온 결과다.


까풍아 주민의 중심센터

 20년 간 까풍아의 주민들과 고단한 삶을 공유해 온 김혜심 교무(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 스와지랜드·남아공 현지 법인대표)와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 그 진심을 알기 때문일까. 8월 5일 열린 20주년 행사에는, 응강가바니 까풍아 추장 부부를 비롯해 현지 보건부차관, 국회의원, 지역주민 700여 명이 모였다. 이곳에서 아이는 유치원을 졸업하고, 엄마는 재봉기술을 배워 수익을 창출했다. 물 부족으로 고통 받을 때는, 저지대의 물을 끌어올려 배관을 통해 각 가정으로 공급해 주었다. 요새는 은혜협동농장에 토마토, 양파, 당근 등을 심어 수확의 기쁨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기쁘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달려가 의논하는 이곳. 원광센터는 까풍아의 중심이다. 

 “가장 큰 변화는 사람이지요. 무기력하고 희망이 없던 사람들이 걸음걸이가 빨라지고 부지런해졌으니까요. ‘내가 열심히 일하면 소득이 생긴다.’는 확신을 갖게 된 거죠.” 20년 전, 김혜심 교무가 원광대 약학대학 학장직을 내려놓고 아프리카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만해도, 이곳은 이해하기 힘든 곳이었다. 마을우물을 함께 파자해도 남의 일인 듯 호응이 없었던 것. 받는 것에만 익숙해진 이들에게 스스로 해결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은 큰 숙제였다.

 “변화의 시작은 아이들이었어요. 유치원 개원을 시작으로 다양한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이것이 변화를 이끌었지요.” 사고가 굳어진 성인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주면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한 김 교무. 그렇게 2000년 1월, 까풍아 원광유치원이 설립되었다. 대종사님 법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장학금과 도서관 개관, 초중고 독서대회 실시 등 인재양성 사업이 중점적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복병은 곳곳에 숨어 있었다. “아무리 잘 키워놓아도 일자리가 없으면 졸업 후에 백수가 되더라고요. 자연스레 청년들에게 자동차정비, 전기, 배관 등의 직업훈련을 시키게 됐지요.” 여성센터를 통해서는 주부들에게 재봉기술 교육을 지원, 교복을 만들어 판매한 수입금을 지급했다. 이는 적은 수입이지만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이 되었다. 변화를 알리는 소식은 연이어 전해졌다.

 “라마코카 원광센터 태권도클럽에서는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가 배출되었어요. 또 원광센터에서 컴퓨터를 배운 청년들은 삼성전자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고 6명 전원이 삼성전자서비스센터에 취업했죠.” 남아공 명문대학에 입학한 학생도 생겨났다. 아이들의 변화는 그렇게 각 가정과 지역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대종사님 법을 만난 아이들이 자라 지역지도자가 되면, 아프리카는 크게 발전할 거예요.” 20주년 행사가 있던 날, 까풍아 추장과 지역주민들이 정성을 담아 건립한 모자상에는 한글이 또박또박 적혀있었다. ‘원불교 김혜심 교무와 사랑으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만든 20년

 김 교무의 아프리카 행에는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협력이 있었다. 아프리카로 떠나는 송별회에서 후원회를 결성하고 김 교무를 지원한 사람들. 이는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의 출발점이 되었다. “교무님이 그 멀리까지 간다고 하니 안쓰러운 마음이 컸지요.” 아프리카로 보내는 모든 물품을 선진해운항공을 통해 무상으로 보내준 박경운 이사(호법수위단원). 김 교무의 평생 도반인 그는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14년 동안 아프리카어린이돕는모임을 이끌어 온 조정제 이사장은 출판기념회 수익금을 전액 기부할 정도로 아프리카에 희망을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들이 원광센터에서 성장하는 것을 보며 저희도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지요. 아프리카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라는 조 이사장과 박 이사. 김 교무도 한국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아프리카에서 함께한 교무들과 CMS 후원자, 아프리카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많은 인연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큰 이룸이 가능했습니다. 그분들에게 보은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이 희망 속에서 자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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