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고 도전하고 경험하라
취재. 김아영 객원기자

 5교시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각자가 선택한 특성화반으로 뛰어간다.
 ‘자수와 편물’ ‘인문학적 상상여행’ 특성화반은 오늘 송편을 만들 참이란다. 한쪽에서는 자율연구 중인 이남희 학생이 아이들에게 판매할 홍차잼 만들기에 열심이다.
 “송편 하나 드셔보실래요?” 한입 베어 문 송편 안에는 초콜릿이 가득. 누군가는 ‘먹는 거 가지고 장난이냐!’며 핀잔을 줄 수도 있지만, 상상하고 도전하고 경험해 보는 것이 원경고등학교만의 특징이란다. 게다가 맛까지 괜찮으니, 오늘 이들의 도전은 성공인 셈. 


대안교육 우수프로그램 운영학교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교립 원경고등학교. 1998년 교육적으로 소외받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특성화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개교했다. 실제로 개교 초반에는 개성 강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파장이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실. 하지만 그 사이, 학교와 학생들은 든든한 울타리를 만들며 20년의 역사를 쌓아갔다.
 “대안학교에 대한 편견이 있는 상태에서 학교에 오신 분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아이들이 밝고 인사를 잘 한다는 거죠. 시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강제로 시킨다고 아이들이 할까요?’라며 웃어 보이는 정일관 교장(도무, 법명 도성). 그 답은 오히려 학생들의 대답에서 찾을 수 있었다.
 “우리 학교는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는 수업이 많아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수업을 만들 수도 있지요.” 박재우 학생의 말처럼, 5교시부터는 서각, 캘리그래피, 음악, 연극, 조형, 사진, 텃밭 가꾸기 등 체험 중심의 특성화 교과가 진행되는 이곳. 이러한 교과목들이 학생들의 창의력과 자존감을 일으켜 세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업을 통해 바리스타에 흥미를 느낀 이강휘 학생은 학교 한편에 ‘강휘네 카페’를 창업하기도 했다. 자신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보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 학교는 연극반과 사진반이 유명한데, 연극반 ‘해피니스’는 2년 연속 경남청소년연극제에서 단체 최우수상과 개인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히 연극과 뮤지컬, 사진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도 생겨났지요.” 학교는 그저 학생들에게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펼쳐줄 뿐이라고 말하는 정 교장. ‘꿈이 생기면 누군가의 들러리가 아닌 인생의 주체로 삶을 꾸려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잊지 않는다.
 “그래서 저는 우리 학교가 좋아요. 이런 게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하고요. 우리나라 교육이 앉아서 하는 공부만이 아닌, 다양하게 경험하고 선택할 수 있는 교육으로 변화해 갔으면 좋겠어요.” 정이한 학생의 말처럼 사회복지, 농업연구 등 자신의 꿈에 대해 말하는 것을 어색해
하지 않는 이곳의 아이들. 6교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자, 아이들은 꿈을 향해 다시 달려간다. 


다르게 생각하라

 쉬는 시간이면 원경고의 도서실 ‘책마루’는 학생들의 모임장소가 된다. 그도 그럴 것이 획일적인 도서실 모형이 아닌 북카페 형태로 꾸며졌기에, 그야말로 학생들의 멀티공간. 독서캠프, 수요낭독회, 초청특강을 여는 공연장은 물론, 공동체 회의를 여는 모임의 장소로도 활용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도, 아이들은 이곳에 모여 앉았다. 공동체 회의 ‘소담소담’을 위해서란다.
 “소담소담은 ‘소소하고 소중한 대화의 시간’이란 뜻이에요. 우리학교 자치회이지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회의와 토론을 통해 학교의 대소사를 결정한다. 이는 화요일 교과 과목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공동체교육을 지향하는 원경고의 중요한 운영 방향이기도 하다는데…. “‘기숙사에서 휴대전화를 몇 시까지 사용할 것인가.’라는 내용부터 공동체 생활규칙까지, 여러 가지 문제를 가지고 토론해요. 얼마 전에는 ‘이성교제 5대 원칙’도 정했지요.” 이러한 시간을 통해 자율성과 책임감을 높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배운다는 학생들. “함께 살아가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제법 어른스럽고 진지한 말도 덧붙인다. “매주 발표하는 마음일기 감정도 빠트릴 수 없는 학교의 자랑거리예요.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게 어렵긴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감정을 해소하는 통로가 되거든요.”
 
 다양한 교육을 통해 삶을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는 원경고등학교. 이곳의 너른 품속에서 아이들의 꿈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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