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개벽시대의 원불교
글. 이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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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은 여전히 논쟁 중이다.
 용어 자체나 차수에 대한 이견, 의도에 대한 의심을 포함하여 도래의 시기나 진위까지 광범위하게 견해가 엇갈리고 있으며, 심지어 선도적 전문가들의 긍정·부정적 입장도 극단적으로 나뉘는 편이다.

 이 논쟁에 끼어들기보다는, 4차 산업혁명이란 이름으로 대표되는 시대와 사회 전반의 변화 현상 자체에 주목하고, 무엇보다 소태산의 혜안에 의한 시대의 진단과 처방에 좀 더 집중하여 원불교 2세기의 소명과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려 한다. 그래서 ‘4차 산업혁명과 종교’라는 주어진 타이틀 외에 ‘물질개벽시대의 원불교’라는 부제를 붙여 보았다. 덧붙여 이 글은 기술 중심 시각을 제시하되, 미래 기술 환경 기반의 미디어와 콘텐츠 관점에 대해 좀 더 주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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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다보스포럼이 정리한 4차 산업혁명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디지털 혁명에 기반하여 물리적 공간, 디지털적 공간 및 생물학적 공간의 경계가 희석되는 기술융합의 시대’

 이 정의를 좀 더 분석해 보자면
① 디지털 혁명에 기반하여 : 디지털, 컴퓨터 & 인터넷의 확산에 기반하여
② 물리적 공간 : 무인운송수단, 3D 프린팅, 첨단 로봇공학, 신소재 영역
③ 디지털적 공간 : 사물인터넷, 블록체인, 공유경제 영역
④ 생물학적 공간의 : 유전공학, 합성생물학, 바이오 프린팅 영역의
⑤ 경계가 희석되는 : 경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이 서로 넘나드는
⑥ 기술융합의 시대 : 초연결, 초(인공)지능의 다양한 기술들이 연계·결합되는
 시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처럼 복잡성이 극대화된 시대의 용어 규정은 전체 의미를 담기에도 버겁고 유효기간도 짧을 수밖에 없다. 다보스포럼의 4차 산업혁명의 정의도 테크노 퓨처리즘, 즉 기술 중심의 시각이 바라보는 미래상을 비교적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가오는 미래의 총체적 모습을 설명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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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도식적이기는 하지만 이해를 돕고 논의의 출발을 위해, 필자는 4차에 이르는 산업혁명의 흐름을 우선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산업혁명  핵심기술  특성  의미
1차  증기 기계화-자동화의 시작  개발
2차  전기 일상의 기계화-자동화 확장
3차  컴퓨터  디지털화의 시작  개발
4차  AI 일상의 디지털화  확장

 1차부터 4차에 이르는 산업혁명에서 핵심적인 기술은 주로 1차와 3차에서 개발되고 현실에 적용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의미 있는 파괴력을 갖추는 것은 2차와 4차에서 보이듯이 일상 전반으로 확장되는 순간이다.

 필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적 변화를 ‘일상화’라고 본다. 기술뿐만 아니라 미디어와 콘텐츠의 중심 화두가 비일상의 가상공간에서 일상의 현실 공간으로 확장됨으로써 바야흐로 ‘일상의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2차 산업혁명도 증기기관에서 시작된 기계화가 일상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되기는 했지만, 대부분 제조업 중심이었고 물리적 공간에 그치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 생물학적 공간을 넘나드는 근본적 일상 확장, 일상의 변화를 담고 있다. 좀 과장되게 표현하자면, 4차 산업혁명은 그 변화의 폭이나 의미로 보았을 때 사피엔스가 수렵·채집에서 농경·목축으로 전환하던 신석기 혁명 이후 가장 극적인 변화를 수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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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이 여는 일상의 시대란 단지 비일상과 구분되는 제한된 일상이 조명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상과 비일상이 연계되고, 현실 위의 현실, 슈퍼 리얼리티가 구현되는 시대1)이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고 공유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2011년 필자는 <애니메이션과의 대화>라는 책을 통해서, 미래 콘텐츠의 경향을 리얼타임-온디맨드(실시간 맞춤형), 관찰과 몰입의 병행, 그리고 일상과 비일상의 만남으로 규정하고2) 몸과 마음의 콘텐츠, 일상 콘텐츠를 사례와 함께 예시하였다. ‘미래의 콘텐츠는 콘텐츠의 영역을 벗어나서 일상으로 파고들어 일상과 비일상의 간극을 메우게 될 것.’이라고 보았는데, 지금 그 일이 일어나고 있다.3)


VR ->AR | MR -> WEARABLE -> I.O.T | I.O.E

‘가상’           ‘현실’             ‘나’             ‘일상’
콘텐츠         콘텐츠           콘텐츠        콘텐츠

Virtual          Real               I-I            Everyday-life
Content      Content         Content         Content

 


 위 표는 콘텐츠가 가상(비일상)의 영역을 벗어나서 어떻게 현실로, 다시 일상으로 확장되는가를 정리해 본 것이다. 여기서 현실 콘텐츠란 가상 콘텐츠와 대비되는 관점이고, 일상 콘텐츠는 현실과 가상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구분했다. VR을 통해 완성된 비일상 콘텐츠는 AR과 MR 콘텐츠를 통해 현실로 빠져나와, 나를 둘러싸고 나를 학습하고 나에게 제안하는 웨어러블 콘텐츠를 거쳐 만물이 네트워크로 묶이는 I.o.T|I.o.E 기반의 일상 콘텐츠로 확장될 것이다.

 선용을 전제로, 인류는 처음으로 나를 객관화하고 나와 세상의 관계를 중층적으로, 근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다음 호에 계속)

1) 브렛킹 외 지음 커넥팅랩 옮김 <증강현실> 미래의 창. 2016. 참조. 
2) 이정민 <애니메이션과의 대화> 종이거울. 2011. p161 참조. 
3) 같은 책. p.234, p.269, p.275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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