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훈련이 남긴 화두

  글. 이지은 교무

 지난 9월 1일부터 4일까지 원다르마센터(이하 센터)에서는 노동절 휴일을 맞이해 3박 4일간의 훈련이 있었다. 개원한지 이제 6년째 되는 센터의 정기 훈련은 꾸준히 참가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훈련의 주제는 ‘선과 반야심경(Meditation and the Heart Sutra)’이었는데, 총 48명의 참가자가 등록하였다. 미국인들이 반야심경에 대해 갖고 있는 호기심과 공부심을 짐작케 하는 한 단면이다. 훈련 프로그램은 주로 좌선, 동선(Moving Meditation), 염불 등의 수행 과목과 설교, 그리고 사상선(事上禪)으로 구성되었다.

 첫날 있었던 결제식 설교는 필자가 ‘응하여도 주한 바 없는 자리’를 주제로 진행했다. 이후 네 번에 걸쳐 이어진 주제 강의에서는, 반야심경 주석서 <Thunderous Silence>의 저자이기도 한 유도성 교무가 두 번의 반야심경 강의를, 또 나머지 두 번은 센터 이사장인 김효철 교무가 반야심경의 원리를 실생활과 마음에 활용하는 원불교 마음공부 수행법에 대해 설법을 해서 학인들의 높은 호응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해제식 중 훈련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에 참가자들은 ‘경계를 통해 일어난 마음을 알아차리고 처리한 것’에 대하여 활발하게 공유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우리가 기대한 훈련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센터에 근무하다보면, 이곳의 장소를 빌려서 훈련을 하는 여러 단체들을 만나게 된다. 불교, 요가, 명상, 카운슬링 등 크고 작은 그룹들이 각각 자기들만의 주제와 방법으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각 단체마다 풍기는 분위기가 묘하게 다른 것에 흥미가 간다. 똑같이 묵언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더라도 어떤 단체는 엄숙하고 진지한 느낌인가 하면, 어떤 그룹은 밝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떠나간 자리에 유난히 손이 많이 가는 단체가 있는가 하면, 정갈하고 얌전해서 크게 손 갈 것이 없는 단체도 있다. 이를 보며 훈련을 진행하는 리더의 성향이나 평소의 지도 방향이 단체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훈련하는 선객들에게 내가 전해야 할 가르침과 정신은 무엇일까? 우리의 일원주의, 교법에 담겨 있고 교무들의 헌신적인 삶을 통해 드러나는 원불교의 창립 정신, <정전>에 담긴 대종사님의 혼까지 온통 다 전하기 위해 나는 스스로를 어떻게 가다듬고 닦아야 할까? 또 어떤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을 훈련시키고 ‘교화’해야 하는 것일까? 고민에 고민이 더욱 커지는 찰나, ‘잘 가르칠 줄 모르는 사람을 잘 가르치는 사람으로 돌리라 하지 않았느냐!’라는 말과 함께 대종사님께서 미소 지으시며 일갈하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좀 더 쉽게 답을 주시지….’ 하는 철없는 생각이 잠시 들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교무로서 내가 짊어질 영원한 화두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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