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랑 결혼하고 싶어요
교화는 충분한 소통과 교감이 된 이후에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글. 박화영

 중학생 담임교사를 하고 있는 지인이 학생의 일기장을 보고 아이와 상담을 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한 여학생이 일기에 ‘오세훈과 결혼하는 게 일생일대의 목표’라고 적어놓았더란다. 티비에 나오는 걸 다 뒤져보고 사진을 찾아보고 계속 보고 또 봐도 너무 좋다며, 자기는 기필코 오세훈이랑 결혼을 해야겠다는 것이다. 지인은 아이의 취향이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상담을 하는 자리, “나이 차이가 많이 날 텐데 괜찮겠니?”라고 묻는 선생님에게 아이는 “열 살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죠.”라고 대답했다. ‘응? 열 살 차이? 내가 생각하는 오세훈이 아닌가?’ “네가 말하는 오세훈이 누군데?” 알고보니 선생님의 머릿속 오세훈은 前 서울시장이었고, 학생이 말하는 오세훈은 아이돌그룹 EXO의 멤버였다.

 어느 날 지역아동센터 수업 중에 한 아이가 물었다. “교무님은 ebsw 좋아해요?” 나는 되물었다. “응? ebsw?” 우리가 아는 EBS의 World 버전이겠거니 싶었다. 알고보니 ebsw는 교육방송 채널이 아닌 ‘EXO(엑소), BTS(방탄소년단), Seventeen(세븐틴), Wanna One(워너원)’이라는 네 아이돌그룹을 묶어 말하는 단어였다. 이니셜 S의 차례에 와서 자신 있게 ‘S는 샤이니!’라고 아는 체 했다가 “아~ 교무님, 언제적 샤이니에요~!” 하고 구박을 받았다.

 한동안 학생들 사이에 줄임말이 유행했다. 버카충(버스카드충전),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생파(생일파티), 생선(생일선물) 등등 낯선 단어들을 맞이해야 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유행이 변하는 속도가 LTE급이라 이런 줄임말도 어느새 ‘옛날 것’이 되어버렸다. 요즘에는 ‘급식체(급식을 먹는 학생들이 쓰는 문자체를 일컫는 말)’가 유행이다. 대표적인 급식체로는 ‘ㅇㅈ? ㅇㅇㅈ’ ‘ㅂㅂㅂㄱ’ ‘ㅇㄱㄹㅇ’ ‘ㄱㅇㄷ’ ‘실화냐?’ ‘에바다’ 등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설명을 덧붙여 본다. ‘ㅇㅈ? ㅇㅇㅈ’은 인정? 어 인정(본인이 묻고 본인이 답한다), ‘ㅂㅂㅂㄱ’ 반박불가, ‘ㅇㄱㄹㅇ’ 이거레알?(정말이니?), ‘ㄱㅇㄷ’ 개이득(횡재했군), ‘실화냐?’ 정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야? 진짜야?, ‘에바다’ 에러+오바의 합성어로 뭔가 과하게 잘못됐다는 뜻이다.

 인류가 탄생한 이래 세대 차이는 언제나 있어왔다. 중요한 건, 세대 간 소통에 있어서 ‘공감’이라는 도구는 급행 티켓에 버금간다는 것이다. “나도 너희들이 좋아하는 것에 관심이 있어. 너와 소통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노력할 준비가 되어있어. 너희들의 이야기라면 뭐든 ‘있는 그대로’ 들어줄게.”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청소년들은 마음의 문을 기쁘게 열 수 있다.

 교화는 충분한 소통과 교감이 된 이후에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스며들듯’ 대종사님 교법을 전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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