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대 평화는 머잖아 온다

평화는 어떤 병기로도 획득할 수 없고 지킬 수도 없다.
신뢰와 대화만이 평화를 담보한다.

글. 여도언

 국민은 우울하고 슬프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수소폭탄 실험까지 성공했다. 성주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4기가 추가 배치되었다. 믿었던 문재인 정부이기에 충격은 더 크다. 그러나 절망하지 말자. 분노하지도 말자. 그것은 패배자의 전유물이다. 희망을 잃지 않는 자만이 평화를 보듬는다. 눈물과 고통없이 그저 주어진 평화는 없었다. 통한의 시간은 보다 성숙한 단계로 나아가는 하나의 과도기에 지나지 않음을 가슴에 새기자. 평화운동이 후천시대를 만들고, 후천시대에는 평화가 원광(圓光)으로 누리를 비출 것이다. 

   사드가 북한미사일을 격추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우리 군의 설명에 고개 끄덕일 국민이 얼마나 될까. 북한이 태평양의 미국령 국가를 향해 발사하든 한국이나 일본을 보고 쏘든 이 미사일을 격추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많은 군사전문가의 해석이다. 국민은 국방부가 말 못할 어떤 사정으로 인해 솔직하지 못하다고 여긴다. 북한의 미사일 격추를 위한 사드배치라고 설명하는데도 중국이 자국 내 한국기업의 영업을 방해하고 또 자국 언론을 통해 극력 반대하는 이유는 우리 정부의 설명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작금 전쟁 관련 용어를 이렇게 많이 공부해야 하는 국민이 지구상에 또 있을까 싶다. 서점에 들르면 이 용어들이 핫한 시사용어라고 소개한다. 사드 뜻을 겨우 알게 되니, MOAB(공중폭발 초대형폭탄), 벙커버스터,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 스커드미사일, 지대함미사일, 스텔스공격기, X밴드레이더, EMP(고전력극초단파)탄까지 매스컴에 등장한다. 평화 합력 공존을 배우는 대신 왜 이런 공포스런 전쟁 관련 단어를 국민이 알아야하는지 부아가 치민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하자 많은 사람이 좌절하고 절망했다. 신문과 방송은 기다린 듯 핵위협의 공포를 부추기는 분석과 전망을 쏟아냈다. 국민의 불안은 최고조에 달했고, 남북평화나 남북대화에 대한 희망을 꺼내는 이야기는 종북몰이로 차단당했다. 매우 부적절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국민은 할 말을 잃고 움츠러들었다. 핵 위협을 극대화하려는 북한의 심리전에 한국 전체가 굴복하는 상황으로 빠져든 것이다. 

   일부 신문과 방송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가지고 미국을 상대로 선전·선동의 강도를 높여 한반도에서 미군을 철수시키려는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종국엔 한반도를 공산화한다는 게 김정은의 속셈이라고 풀이했다. 과연 그럴까. 한국은 군사력, 경제력, 외교력, 인구 면에서 북한이 넘볼 수 없는 강대국이다. 물론 핵무기는 위협적이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남북한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사실을 김정은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전쟁은 어불성설이다. 2차대전 이후 핵보유국이 핵을 사용한 적이 없다. 적대국에 대한 억지력으로 확보하고 있을 뿐이다. 

   평화는 어떤 병기로도 획득할 수 없고 지킬 수도 없다. 신뢰와 대화만이 평화를 담보한다. 조건없는 대화 중심의 전략적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국은 해야만 한다. 한국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벌벌 떨고만 있을 나약한 나라가 아니지 않는가. 북한 비핵화 협상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후손들을 위해 정부는 들메끈을 다시 동여매야 한다. 폭력과 야만, 무지와 공포가 녹아내려 사라지고 평화가 쏟아지는 새 시대는 머잖아 올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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