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을 끌고 가는 주인

마음은 챙기면 있고 놓으면 없어지는 아주 묘한 것입니다. 우리가 마음공부를 한다는 것은 마음을 챙긴다는 것입니다. ‘내가 나쁜 생각이 있구나.’를 알아차릴 때마다 좋은 생각으로 돌릴 줄 알아야 합니다. 가치 있는 생각을 많이 하면 훌륭한 사람이 됩니다. 적이라도 용서할 수 있는 심법을 가진 부처님은 최고로 높은 가치를 가진 분입니다.
또 일과를 항상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일과마다 소처럼 따라다니기만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을 자발적으로 챙겨서 하면 같은 일과 속에서도 결과가 크게 차이 납니다. ‘이때쯤 종칠 때가 되었구나.’ 하고 미리 준비해서 내가 내 생활(일과)을 끌고 다니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일기를 쓰세요. 벼락치기를 많이 하는 사람은 인생도 늘 그때그때 쫓깁니다. 꼬박꼬박, 차근차근해야 길고 멀리 갈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일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기를 쓰면 지혜가 발달합니다. 글을 쓰다보면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생깁니다. 뭘 보더라도 대충 보지 않게 되고, 뭘 하더라도 대충하지 않게 됩니다. 아무리 작은 이야깃거리라도 꾸준히 적다 보면 논리가 발달하고 훌륭한 설교자가 될 수 있습니다. (102. 08. 20 시자 생활을 마치고 돌아가는 원불교학과생들에게)

세상을 읽는 기준

독서하기 좋은 계절이 되었습니다. 책과 글을 가까이 한다는 것처럼 중요한 것이 없어요. 책 중에서는 경서(經書), 스승님의 말씀이 담겨있는 경전을 열심히 보는 게 좋습니다. 그 안의 내용을 읽고 외우고 실천해보고, 해보고 다시 해보고 반복해서 경서의 내용이 내 것이 되게 해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깨달음이 생깁니다.
그 다음, 세상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은 계속 변화합니다. 그 변화를 읽을 줄 알아서 판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을 읽을 줄 모르면 세상과 동떨어져 사는 사람이 됩니다. 어떤 일을 놓고 ‘왜 저럴까.’ 하는 원인을 생각해보고, 처방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물론 도를 통하면 세상을 쳐다보지 않고 소리만 들어도 ‘아, 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알게 되지만, 그게 가능할 때까지는 세상을 쳐다보면서 알아가야 합니다. 세상을 읽는 것 속에는 자연을 읽는 것도 포함됩니다. 자연을 읽을 줄 안다는 것은 자연 속에 흐르고 있는 음양상승의 이치를 읽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세상을 읽어갈 때 자신의 기준이 얼마나 보편타당한 기준을 가졌는가, 원불교적 기준을 잘 가졌는가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세상을 읽는 표준은 <원불교교전> 속에 담겨 있습니다. (102. 09. 03 원불교학과 서원관 결제식)


공의를 내 뜻처럼

교단은 여러 가치관을 가진 분들이 대종사님 교법 아래 모여있는 곳입니다. 재가와 출가로도 모여 있고, 남녀로도 모여 있고, 직종도 여러 가지로 다양합니다. 이러한 곳에서 과연 나는 단결과 화합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에 동양은 대개 ‘우리’라는 개념을 중시해왔고, 서양은 주로 ‘나’라는 개념을 중시해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 세상은 나도 중요하고 우리도 중요합니다.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된 새로운 가치관을 위해서 대동단결해야 합니다.
원불교만 있고 내가 없어서도 안되고, 나만 있고 원불교가 없어서도 안됩니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죠. 이 두 가지가 함께 조화된 대단결과 대화합이야말로 대의 정신에 의해 성숙한 단합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각자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이야기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말이 대종사님의 정신과 교법에 맞는가, 대의에 맞는 말은 어떤 것인가를 잘 구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걸 통해 품격이 높은 대동단결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의에 합하는 단결 정신이 구현되지 않으면 교단 발전은 쉽지 않습니다. 그게 원불교에서 말하는 공익(公益)입니다. 원불교의 가치관을 통해 공적인 원불교, 공적인 사회를 잘 만들어나가다 보면 교단 역시 크게 성장할 것입니다.
또 공의는 존중되어야 합니다. 많은 의견이 있더라도 한 의견이 공의로 결정되면 그것을 내 뜻으로 여겨야 합니다. ‘나는 다른 의견을 가졌으니 방관자가 되겠다.’는 건 건강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나와 다른 생각이더라도 공의로 결정되었다면 얼른 내 뜻으로 가져와 앞장서서 실천하려고 해야 합니다. 그게 진정한 공인입니다.
우리 선진님들은 한 땀 한 땀 한 삽 한 삽을 직접 떠 날라서 언을 막는 역사를 이뤄내셨습니다. 작은 힘이라도 차곡차곡 모이는 정신, 그런 공익정신이 진작되어야 발전하는 교단이 될 수 있습니다. (102. 08. 21 법인절 기념식 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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