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화, 연어의 법칙
취재. 김아영 객원기자  

 자리에 앉아 입정에 든 아이들의 모습이 자못 진지하다.
 교무님이 지난번에 내준 ‘유무념 습관 고치기’ 숙제도 다 해왔단다. 그러고 보니 ‘연필 잘 잡기’ ‘숙제 바로바로 하기’ 등이 적힌 유무념 노트는 동그라미로 가득. 동정수 교무의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천방지축, 교당 마룻바닥을 신나게 뛰어놀다가도 한순간 집중해 좌선을 하고, 한 글자 한 글자를 손으로 짚어가며 독경하는 아이들. 법당을 가득 채운 이 아이들이 비아교당(교무 동정수)의 미래이다.

우리 모두의 아이

 “일반법회를 보기 전에 같은 장소에서 어린이법회를 봐요. 그러다보니 아이들을 데리고 온 교도님이 함께 어린이법회를 보기도 하고, 교당에 일찍 도착한 일반교도님도 참석하시죠.” 어린이법회지만 자연스럽게 빈 방석에 앉아있는 교도들. 즉석에서 자원봉사자가 되어 아이들의 교전도 펴주고, 독경에 목소리도 합한다. 거기에 아이들 칭찬도 잊지 않는데…. 교무와 교도 모두, 이 아이들이 장차 청소년·일반교화로 연계되어 교당의 대들보가 될 것을 알기 때문이다. 

 “비아교당은 19년 전부터 원광어린이집을 운영했어요. 어린이교화에 힘써 왔지요.” 그리고 그 노력들이 서서히 열매를 맺고 있다고 말하는 홍남원 교도회장. 어린이집을 인연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유입되고, 거기다 학부모들이 입교해 일원가족이 된 것이다. 물론 동 교무가 월요일마다 ‘마음공부 수업’을 진행하는 등 교당 자체적으로 비전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간 것이 가장 큰 힘이었다.

 “그 중심에는 ‘비아동그라미지역대’의 컵스카우트가 있어요. 창단 당시 50여 명의 초등학생으로 구성이 됐는데, 대부분 어린이집 출신이었지요.” 어린이집 졸업생들이 컵스카우트 대원으로 들어오면서 졸업 이후에도 자연스레 교당과 이어지게 된 것이다. 거기다 장학금 등 교당의 지원이 늘면서 요새는 일반 대원의 숫자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학부모가 입교로 이어지고 있다는 거지요.” 실제로 이도전 씨는 아이의 스카우트 활동을 계기로 교당을 찾았다가 동 교무의 설교를 듣고 입교하게 된 경우란다. “사춘기 아이를 어떻게 바르게 키울까?”를 고민하던 그에게 ‘마음을 다스리는 마음공부’가 와닿았던 것이다. “3단은 스카우트와 어린이집을 통해 입교한 분들이 있는 단이에요. 이런 일원가족이 10가족이나 되지요.”

 어린이집과 스카우트 활동을 통해 부모와 자녀교화를 이루고, 어린이, 학생, 일반으로 이어지는 든든한 다리를 놓은 이곳. 동 교무가 살며시 말을 덧붙인다. “연어의 법칙이라고 아세요? 가장 어렸을 때 접한 종교로 다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거지요. 그만큼 어린이법회와 어린이집은 중요해요.” 

신뢰를 쌓다

 “‘스카우트 지도자와 교당의 지원, 교도들의 합력.’ 이 삼박자가 맞았기 때문에 청소년교화가 성장 할 수 있었어요.” 동 교무의 말처럼, 캠프날이면 냄비부터 시작해 밥과 반찬을 나르며 청소년들을 뒷바라지한 교도들. 또 교당 마당과 법당을 놀이터로 내준 교무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스카우트를 이끄는 홍영선 스카우트 지역대장과 지도자들의 합은 그야말로 찰떡궁합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삼박자를 춤추게 한 것이 있으니, 그건 바로 교무와 교도 간의 신뢰였다.

 “‘교당 네이버 밴드’를 하는데, 매일 아침 6시면 법문일기가 올라와요. 교무님이 법문내용에 맞게 자신의 경험이나 마음공부담을 덧붙이지요. 그걸 보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거예요. 물론 댓글도 달고요.” 이는 곧 일요법회 설교로 이어진다. 일주일 동안 ‘밴드’에서의 이야깃거리가 법문으로 녹여지는 것. 자연히 설교는 교무와 교도들의 생활밀착형이 될 수밖에 없단다. “항상 교무님의 다음 말씀이 기다려져요. 그게 법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오늘 보셨지요? 설교탁자에서 안하고 가운데에 서서 우리 눈을 맞추며 말씀하시는 거요.” ‘안 돼!’라는 말 대신 ‘그럴 수도 있겠다. 그래.’라고 말하는 교무를 따라 점점 긍정적이 되어 가는 이들. ‘앞으로 이야기’ 역시 밝다. “우리 교당요? 점점 더 성장할 거예요. ‘된다.’라는 생각으로 해 나가고 있으니까요.”

 법회를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엄마와 아이들. 동 교무가 아이들에게 나눠준 ‘원만이’ 캐릭터가 가방에서 하늘하늘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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