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을 꾸려야지!

글. 이이원

이야기 하나.

 원불교 초기 교단에서는 여러 호칭 가운데 ‘~씨’와 ‘~선생’이 주로 쓰였다. ‘씨’는 편하게 부르는 호칭이었고, ‘선생’은 그야말로 존경의 표현이었다. 팔타원 황정신행 선진은 주산 송도성 선진보다 나이가 많은데도 항상 ‘주산 선생’이라고 불렀다. 팔타원 선진은 주산 선진이 공부하고 취사하는 모습을 보며 항상 존경과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특별히 챙기곤 했다.

 팔타원 선진은 주위 사람들에게 정산 종사와 주산 종사 두 형제분을 보면 ‘마치 한 팀’ 같다며 흐뭇해 했다. 누군가 두 형제가 함께 출가한 것을 뜻하는 줄 알고 “저 두 분은 진짜 한 팀이죠.”라며 나름대로 장단을 맞췄는데, 팔타원 선진은 그 정도를 말하는 게 아니라고 했다.
“축구로 치면 나도 제법 개인기가 있는 선수지만, 팀을 꾸리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정산·주산 두 분 형제는 개인기도 뛰어난 데다 ‘가족’이라는 축구팀을 짜가지고 오셨지요. 나는 그게 부러워요.”

 나는 지금 어떤 팀을 꾸리고 있는지, 우리 모두 다시 한 번 가족을 챙기며 일원가정을 위해 불공의 정성을 드려보길.


이야기 둘.

 얼굴에는 땟자국이 가득하고 옷에는 얼룩이 졌다. 누가 보아도 보육원 아이들로 보였다.
6.25전쟁 직후에 보육원에 근무하게 된 용타원 서대인 선진은 아이들의 그런 모습이 싫었다. 얼굴을 더 깨끗하게 씻기고 학생복처럼 예쁜 옷을 입혀주고 싶어 함께 근무하는 직원에게 부탁도 해봤지만 직원은 말을 듣지 않았다. 고민하던 용타원 선진은 구호 물품 가운데 여유 있는 물자를 팔았고, 이 때문에 경찰서에서 조사를 나왔다. 용타원 선진은 사실대로 말했다. 
 
“구호 물자 가운데 다섯 자루를 팔아 얼마간의 돈을 받아 그 돈으로 아이들 옷을 해 입혔다. 고아원 아이들처럼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다.”

 조사를 나온 경찰들은 처음에는 화를 내다가 나중에는 ‘별사람 다 보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저희들이 할 소리는 아닙니다만, 그렇게 사실대로 말을 해주면 우리가 어떻게 처사를 하겠소. 아니라고 잡아떼면 저희 입장이 좋을 텐데, 이 세상에 선생님 같은 분은 처음 봅니다.”
불법이었지만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고, 보육원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 넘어간 것이다. 이 사실을 뒤에 알게 된 직원이 ‘우리를 얼마나 어리석게 생각하겠느냐?’며 화를 내자, 용타원 선진이 말했다. “우리는 오직 참으로 살아야 합니다. 참은 진리이고 진리를 믿고 사는 사람이 어떻게 양심을 속일 수가 있겠어요?”

 오직 공심과 신심으로 온 세상을 위해 사셨던 선진님들, 그 뒤를 어찌 따르고 있는지 돌아보면 가슴 한쪽이 서늘해진다. 그렇게 다시 신심과 공심을 챙기고 또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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