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냐? 나도 아프다
아이들이 아프면 어른들은 더더욱 아프다.

글. 박화영

 요즘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강릉, 천안 등 전국 각지에서 터져 나온 학교 폭력 사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학교 폭력은 비단 어제오늘일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SNS를 통해 영상이 돌고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대화와 신상 정보 등이 노출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온 나라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부분은 가해 학생들의 폭력의 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과, 잘못임을 인식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한 기사에 달린 어느 여학생의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본인도 그처럼 지옥같은 중고생시절을 겪어왔다는 것이다. 그 동네는 공장지대이며,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많고,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역이라 여간한 일에는 주변 사람들도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고 했다.

 단순히 보면 학생들 간의 폭력 사건이지만, 그 안으로 파고들어가 보면 가정교육, 학교교육, 사회 시스템 등등 어느 무엇 하나도 피해갈 수 없는 다각도의 사회문제가 들어있다. 내가 출강을 나가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만 봐도 대부분 가정환경이 안정적이지 못해 사랑과 관심이 많이 필요하다.

 A의 사례다. A는 준비되지 않은 미혼모의 손에서 자라면서 거의 방치되다시피 키워졌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친할머니가 양육을 하게 되었는데, 열 살이 다 되도록 말을 거의 못하고, 영양 결핍으로 인해 발육도 더디고, 사회성 발달조차 전혀 안 되어 있는 상태였다고 한다. 할머니는 A의 정서발달에 애완동물이 도움될까 싶어 고양이를 들이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외출에서 돌아온 할머니는, 고양이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A가 고양이 머리만 내놓은 채 서랍문을 닫아놓은 광경을 보게 됐다. 그날로 A는 상담을 다니면서 모래치료 등 각종 심리치료를 받아야했다.

 모든 아이들에게는 그에 맞는 발달 시기가 있고, 그 시기에 거쳐야 할 과업들이 있다. 그런데 만약 그 시기를 놓쳐버리면 그건 ‘치료’를 받아야만 채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청소년 시기는 정말 중요하며, 청소년교화가 ‘너무 너무나’ 중요한 것이다.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 아이들이 아프면 어른들은 더더욱 아프다.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의 기사를 접하면 나 또한 아이들의 기댈 곳을 충분히 만들어주지 못한 어른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더욱 아프다. 어떻게 이 아이들을 치료할 것인가, 어떻게 이 병든 세상을 치료할 것인가, 여러 가지로 많이 아픈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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