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얼굴

글. 이이원

이야기 하나.
 삶에 대한 미련은 다 정리하였다.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기라는 스승님의 가르침 따라 천도의 바른 길을 알았으니 무엇이 두렵고 괴롭겠는가! 단 한 가지 아쉬움이 있으니 그것은 스승님을 한 번 더 뵙지 못하는 일이었다. 직접 찾아주신 스승님께 법문을 받들고 집안이 모두 원불교에 귀의하는 은혜를 입었으니 무슨 미련이 남겠는가. 자식들과 손자 손녀들은 슬퍼하고 있었으나, 울지 말라고 달래주었다.
 “나는 편히 갔다 내년 봄 좋은 날에 만덕산에 꽃이 피어나고 새가 울면 또 다시 반갑게 볼 수 있을 게다. 그러니 슬퍼하지 마라. 내가 마지막으로 마음을 모아야겠으니 조용히들 해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그 시각 소태산 부처님께서는 조실 마루에 앉아 계셨다. 편안하고 환한 모습을 한 제자의 얼굴이 한참 동안 눈 앞에 나타났다. 눈빛으로 직접 찾아뵙지 못한 죄송함을 전하는 듯했다. 편히 가라고 축원의 마음을 건넸으나 그 얼굴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한참을 더 간절한 마음으로 세세생생에 이 공부 이 사업 함께 하자고 했더니 조용히 사라졌다.
 “그는 하늘에 사무치는 신성을 가진지라, 산하가 백여 리에 가로 막혀 있으나 그 지극한 마음이 이와 같이 나타난 것이니라.”
 소태산 부처님께 올린 신성의 다짐, 현타원 노덕송옥 선진 열반의 순간, <대종경> 신성품 15장의 풍경이다.

이야기 둘.
 소태산 부처님께서 만덕산으로 향하던 중, 좌포의 대산 종사 사가에 들르셨다. 스승님께서는 식구들이 정성껏 차린 점심을 공양받으신 후 법문을 설하셨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 화장실에 가셨다. 돼지우리와 함께 붙어있는 화장실은 사람들이 볼일을 보고 나면 돼지가 와서 받아먹는 구조였다.
 그런데 전날 많은 비가 내려 질척했던 돼지우리에서, 오물을 받아먹던 돼지가 갑자기 몸을 부르르 털었다. 빗물에 불은 오물이 온 사방에 튀어 옷을 모두 버리게 되었고, 손발에도 오물이 튀었으니 그야말로 대략난감의 순간이었다.
 볼일은 마쳤으나 남의 집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도 그렇다고 빨아 입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어쩌겠는가! 샘터에서 손발을 씻고 대충 옷매무새를 추스르던 그 모습을 보고 상황을 파악한 현타원 노덕송옥 선진께서 얼른 남편의 옷 한 벌 잘 다린 후 어린 손자(대산 종사)를 시켜 소태산 부처님께 가져다 드리도록 했다.
 옷을 갈아입으신 소태산 부처님께서 한바탕 크게 웃으셨다. 바로 우리 곁에 오신 성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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