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당번
글. 김하진 신촌교당

 토요일 아침. 모처럼 꿀잠을 잤다. 시계를 보니 10시다.
 ‘오늘 기도 당번인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뤄둔 집안일을 서둘러 하고 집을 나선 시각은 11시 30분.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길에 세탁소에 옷을 맡겼다. 허둥지둥 걷다 보니 어느새 땀이 흐른다.
 ‘기도란 새벽같이 세상이 고요한 시간에 오롯한 마음으로 정성 다해 간절히 올려야 한다.’는 분별 주착심 때문에 짜증을 내는 내가 보인다. ‘맑으신 교무님들께서 정성으로 해주시면 기도가 더 잘 이뤄질 텐데…. 왜 마음 복잡하고 나태하고 정성 부족한 일반교도들에게 기도를 맡기시나.’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예전에 2000일 기도를 혼자 감당하신 어느 교무님 생각도 났다. 늦잠을 자고도 변명거리를 만들려고 애쓰는 내가 치사하단 생각이 든다.
 냉기 가득한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니 거리의 사람들과 건물들, 초록 나무들, 은빛 물결의 한강이 눈에 들어온다. 요란한 마음을 알아차려 돌리고 나니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예쁘기만 하다.

 

마음공부 실전편
글. 김화중 안암교당

 지금 나는 회의실에서 7명에게 둘러싸여 있다.
 한 직원이 프로젝트 종료를 앞두고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긴 채 퇴사를 했기 때문이다. 내 앞의 7명은 고객사의 책임자들이다. 싸늘한 눈으로 나에게 어떻게 마무리 하겠느냐고 날카롭게 묻는다. 그 중 한 명이 “당신이 다 책임지고 끝내 놓아라.”라고 한다.
 청주의 허름한 모텔방에 앉아서 해결방안을 고민했다. 얼굴이 하루 종일 달아올라서 좌선을 했다. 소리 지르던 사람의 얼굴이 생각나서 욱하는 마음이 계속 올라왔다. 그때마다 단전에 집중하거나 ‘오직 모를 뿐’이라는 생각으로 무시했다. 밤 12시가 되어서야 내가 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공감하고 해결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밉고, 하기 싫은 일이지만 해야 한다.
 다음날 웃으면서 사무실에 들어갔다. 하나씩 해결해나가면서 “지금은 이걸 끝냈고 다음에는 이걸 끝내겠다.”라고 실시간 보고를 했다. 프로젝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라 불안해하기에 계속 달래면서 일을 진행했다.
 3주가 지난 오늘 밤, 마침내 사무실에 웃음꽃이 피었다. 초반엔 나에게 소리를 지르던 사람이 오늘은 저녁을 먹으며 연애시절 본인 와이프에게 차인 얘기를 30분 동안 한다. 귀찮지만 웃으면서 들어줬다.
 집에 가기 위해 KTX를 기다리는데 눈물이 글썽글썽 맺힌다. ‘3주 동안 실전 마음공부 참 많이 했습니다. 부처님들 감사합니다.’

 

상(相) 없이 매진하면
글. 김유진 원광보건대학교교당

 학생회 총무로서, 내 명의로 학생회 통장을 개설하게 됐다. 그 이후 학생회비를 관리하면서 나의 소득분위는 전보다 높아졌고, 등록금을 스스로 해결하고 있던 내가 받을 수 있는 국가장학금이 반 이상 줄었다.
 국세청과 세무서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구제받기 힘들다.’라는 말뿐이었다. 성적 장학금을 받기에는 성적이 조금 부족했기에 ‘어떻게 등록금을 해결해야 하나’ 많은 고민이 들었다. ‘학과를 위해 봉사했는데 내게 돌아오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교님과 고민 상담을 하고 친구에게도 고민을 계속 얘기했다. 조교님은 날 위해 학교와 꾸준히 상담하면서 지속적으로 정보를 알려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조교님에게 전화가 왔다.
“너보다 성적이 높은 친구들에게 익명으로 너의 사정을 물어봤더니 양보를 해주더라.”는 것이다. 그러곤 “아이들이 양보를 해주었기 때문에 네가 이렇게 성적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거야. 기회가 된다면 너도 나중에 너와 비슷한 아이들을 위해 양보를 하면 좋을 거 같아.”라고 했다. 조교님은 내가 지금까지 학과를 위해 봉사한 것에 대한 보은을 받은 것이라 했다.
 이 일을 계기로 상(相) 없이 일과 공부에 오롯이 매진하면 어려운 일이라도 좋은 일로 돌아서게 되는 ‘은생어해’에 대해 공부했음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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