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하고 소소하고 작은 것부터

방심하지 않는 수행

 옛말에 ‘문이 조용해야 한가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가끔씩 이 말을 생각해봅니다. 방문을 너무 자주 나고 들면 도인이 수도하기 어렵습니다. 사람의 출입이 잦으면 응대하는 데 힘이 들고, 그러면 마음을 안 쓸 수 없거든요. 이 이야기를 마음에 빗대어 보면, 마음을 많이 출입시키면 정력이 소모되어서 도가 함축이 잘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들락날락 하는 마음을 잘 조절해야합니다.

 마음에도 문이 있습니다. 대산 종사님께서는 “육근 문 개폐를 잘 하라.”고 하셨습니다. 수도인에게 참 중요한 말씀입니다. 마음이 나가는 구멍이 있다면 그 구멍을 잘 메워서 다시는 마음이 나가지 못하게 하고, 또 밖으로부터 산란함이 들어오려는 문을 잘 잠궈서 온전한 정신을 잘 키워가야 합니다. <정전> 무시선법에 나오는 ‘철주의 중심 석벽의 외면’이 되기 위한 부동심을 얼마나 기르려고 애를 쓰고 있나 돌아봐야 합니다.

 수행정진을 해나갈 때 방심을 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배가 너무 고프다고 해서 밥을 몽땅 먹으면 위가 고단해져서 사람을 쉬게 만듭니다. 그러면 위장병을 쉽게 얻죠. 피곤하다고 과하게 쉬고, 배고프다고 과하게 먹으면 몸에도 마음에도 병이 생깁니다. 잘 조절해 나간다는 것은, 불방심(不放心) 즉 방심하지 않는 것입니다. (102. 08. 01 故 보타원 김화경 정사 열반 독경)


실천으로 재미가 커지게

 수도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주로 청법수도(聽法修道), 법문을 많이 듣게 됩니다. 하지만 법문을 듣고 ‘좋더라.’고  생각하는데 그치면 그때만 극락이고, 현실에 돌아갔을 땐 다시 괴로워집니다. 늘 훈련원에 들어와서 살 수 없기에, 법문을 들으면 ‘내가 꼭 실천해야지.’라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이 법문대로 하면 내가 행복해지겠다.’는 확신을 세워서 유무념 대조로 옮겨야 합니다.

 유무념 대조를 할 땐 가장 쉬운 것부터 하는 게 좋습니다. ‘신발을 가지런히 잘 벗자. 화장실 다녀오면 반드시 불을 끄자.’ 등은 아주 간단한 것이지만, 작은 것을 유무념 대조 건으로 삼으면 습관이 고쳐지는 재미가 있습니다.

 큰 것만 가지고 하면 붕 떠서 실천이 쉽지 않습니다. 어떤 분께서는 말을 많이 하는 습관을 고치고 싶어서 왕사탕을 입에 물고 ‘이걸 다 먹을 때까지는 말을 하지 말자.’는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그렇게 아주 미세하고 소소하고 작은 것부터,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서 점점 키워가야 합니다.

 실천을 통해 생활에서 변화가 생기면 재미가 더 커집니다. 유무념 공부를 몸으로, 입으로, 행동으로 하다가 점점 단계를 높여 마음으로 하는 단계까지 오르면 좋습니다. 그걸 유념수도(有念修道)라고 합니다. ‘나는 착한 사람이 되겠다.’는 너무 막연한 목표보다는, 불법과 현실을 엮어갈 수 있는 작은 목표를 세우면 공부가 수월합니다. (102. 08. 10 만덕산 훈련생 접견)



도가의 마음 표준 세 가지

 나를 부처로 키울 생각을 가진 사람은 심사(心師), 심우(心友), 심계(心戒)를 꼭 갖추어야 합니다. 먼저 심사, 마음에 모시는 스승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도 스승께서 ‘하지 마라.’고 하면 말아야 하고, 하기 싫은 일이라도 ‘해야 한다.’고 하면 할 수 있는, 그렇게 마음의 문을 열고 마음으로 받드는 스승이 있어야 합니다. 나의 이해관계를 따라서 이랬다저랬다 하지 않고, 한번 마음으로 모신 스승에게 지조를 지키고 따르다보면 스승님의 심법만큼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 다음 심우, 마음을 허락하는 친구가 꼭 있어야 합니다. 친구에는 충고하는 친구와 칭찬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주로 나에게 잘했다고 칭찬해주는 사람이 좋지요. 하지만 잘못을 지적하는 친구도 있어야 하고, 북돋아 주는 사람도 있어야 합니다. 이 두 친구를 균형 있게 사귀어야 합니다.

 여러분은 누군가에게 어떤 친구가 되어주고 싶은가요? 되도록이면 북돋아주는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혹 잘하고 잘못한 것을 이야기하려면 살짝 말해주는 게 좋습니다. 다만, 친구가 나쁜 길로 가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이야기 해주어야 합니다. 결정은 그 사람의 몫이지만 친구로서 해야 할 도리는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심계, 마음속에 항상 계문을 가지고 살아야 합니다. 전생과 현생의 습관에 따라 열등감이 강하면 열등감을 없애려는 노력을 하고, 지나치게 감성이 풍부하면 감성을 절제하면서 이성을 키워야겠다는 표준을 세워야 합니다. 자기가 자기를 제재하는 ‘자기 재판관’이 있어야 합니다. 본성을 바꾸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스스로 심계를 세우고 관리를 잘 하면 문제가 생길 일이 없습니다.
 
 심사를 내가 진급하는 사다리로 삼고, 심우를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하며, 심계를 통해 자기관리를 해야 합니다. (102. 07. 26 예비 도무·덕무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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