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을 기쁘게 주려는 마음

더 좋은 일에 사용해 주길 바라며 기쁘게 자신의 것을 내 놓은 거야.
글. 박화영

 교구 학생여름훈련을 했다. 부산 아이들의 로망이 ‘서울’이라는 사전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장소를 ‘서울’로 잡고 훈련준비를 했다. 엄연히 훈련이기에 무조건 서울구경만 할 수는 없어서 ‘서울성적지순례’를 테마로 잡고 다양한 재미 요소를 가미해 계획을 짰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서울로 향하는 버스 안은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냥 신난 아이들과 훈련 진행에 온 신경이 집중된 교무들의 상반된 표정이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을 정도다. 마침내 훈련은 시작되었고, 우리는 강남교당을 필두로 은덕문화원, 종로교당, 봉도청소년수련원, 창신동 경성출장소 터, 정각사 터 등 원불교 기관과 성적지를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다. 특히나 은덕문화원과 봉도청소년수련원, 창신동 경성출장소 터는 개인이 사유재산을 교단에 희사하여 생긴 장소이기에 ‘○○○님께서 희사해 주신 곳’이라는 설명이 자연스레 따라붙었다.

 그러나 ‘희사’라는 단어가 아이들에게 생경할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특히 친구를 따라 훈련에 참석한 아이들에게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안그래도 원불교의 모든 것이 신기한데 가는 곳마다 개인의 재산을 ‘희사’했다고 하니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급기야 세 번의 거듭된 ‘희사’이야기를 들은 한 학생이 정말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교무님, 원불교에 다니면 자기 재산을 원불교에 다 내놔야 되는 거예요?” 나는 대답했다. “○○이에게 너무너무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있는 거 좋은 거 막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겨, 안 생겨?”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주고 싶은 마음이 날 때도 있겠죠.” “원불교도 마찬가지야. ○○이에게 누가 돈 내놓으라고 한다고 해서 무조건 주지 않잖아. 협박해서 받아내면 그건 범죄지. 근데, 여기에 재산을 내 놓은 분들은 원불교가 너무너무 좋아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원불교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더 좋은 일에 사용해 주길 바라며 기쁘게 자신의 것을 내 놓은 거야. 기부를 ‘자발적’으로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게 ‘희사’야. 지금 여기 서울로 훈련 온 것도 부산에 계신 교도님들이 너희를 위해서 희사해 주셔서 올 수 있었던 거야.” “아~ 원불교는 되게 좋은 종교인가 봐요.” “왜? 그 전까지는 어땠는데?” “안 유명한 종교니까, 별로인 줄 알았어요. 근데 다니면서 보니까 괜찮은 것 같아요.” “그럼 다음에도 친구랑 원불교 올 거야?” “네!”

 원불교를 알게 만드는 것. 원불교에 대해 호감을 갖게 만드는 것.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게 하는 것. 그게 교화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번 교구 학생훈련은 나름의 소득이 있었다. 여러 아이들이 다음에 교구 학생행사를 하면 ‘꼭 오겠다.’는 다짐을 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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