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종교의 역할

글. 조성균 남양주교당

 사찰 안내용으로 제작되었으나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로봇이, 인간만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로봇기술과 인공지능(AI)의 결합된 ‘휴머노이드(인간 모습을 한 로봇)’가 일상화될 미래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그림) 

 1784년 영국에서 시작된 증기기관과 기계화로 대표되는 1차 산업혁명, 1870년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본격화된 2차 산업혁명, 1969년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시스템이 주도한 3차 산업혁명에 이어,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생명공학과 가상현실(VR) 기술 등이 융·복합되는 새로운 산업혁명이다.

 아직 개념 정의 조차도 불명확한 4차 산업혁명이지만, 그 종착역은 결국 물질(눈에 보이는 현실세계)과 정신(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세계)이 융합되는 ‘5차 산업혁명’이 될 것으로 본다. 이 신세계(The New World)는 인간이 물질에 종속되는 파란고해(波瀾苦海, 디스토피아)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이 중심이 되는 광대무량한 낙원(樂園, 유토피아)세계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정신적 각성(覺性)이 필요하다.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을 훈련시킬 수 있는 종교의 역할이 요청되는 이유이다. 

 그러나, 오히려 지금의 종교는 500년 전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주장할 당시와 유사하게 권력화되어 있다고 한다. 인간을 가장 자유롭게 해줘야 할 종교가 인간의 마음과 영혼을 묶어서 종살이를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의 종교는 권력화된 종교가 아니라, 개개인의 영성을 발현할 수 있게 도움을 주는데 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한다.(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 중앙일보 ‘17. 4. 5.’)

 물질혁명 시대의 종교는 인간 밖의 힘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힘(性品)을 통찰하게 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정신혁명이 필요한 현대인에게는 권력화된 종교가 아니라, 영적인 깨달음을 주는 ‘정신개벽의 새 종교’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 유발 하라리 교수(히브리대)는 <호모 데우스>라는 신작에서 물질혁명시대의 종교에 대해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그는 미래에 나타날 가장 흥미로운 종교는 데이터교(敎)라고 했다. 이 종교는 신(神)도 인간도 우러러 보지 않는다. 오로지 데이터를 숭배한다. ‘진리’를 대신한 ‘데이터’가 인간을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축적된 데이터는 자기 자신 보다 자신을 더 잘 안다. 각 개인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정확히 알아서 맞춤형 선택을 해 줄 수가 있다. 그래서 전 세계 기업체들이 빅데이터의 축적과 이에 대한 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구글과 페이스북 등 데이터수집 거인들은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는 동시에 우리에 대한 방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잠재적으로 이런 데이터는 인간을 해킹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그들은 뛰어난 인공지능을 만들고, 결국 인간의 삶을 지배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수 차례에 걸친 과학기술 혁명으로 ‘배고픔·전염병·전쟁’을 극복한 인류가, 이제 새로운 과학기술을 통해서 ‘불멸·행복·신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한다. 불멸을 추구하는 인간에게는 죽음이라는 장벽도 이제는 기술적 문제일 뿐이다. 인터넷 시대의 대표기업인 구글에서는 별도의 자회사인 칼리코(Calico)를 만들어 죽음을 연구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을 통해서 무생물도 서로 소통하는 초연결 시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지능 시대에 돌입하고 있다. 인간이 죽음의 문제를 해결하는 순간, 인간은 스스로 창조주(호모 데우스)가 되었다는 착각에 빠져 오만해 질 수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혜택을 누리고 세상을 통제하는 초인간은 상위 1%에 불과하다. 그러기에 나머지 99%는 없어도 되는 잉여인간으로 추락할 위기도 함께 오고 있는 것이다.

물질혁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과학기술은 점차 자연의 신비도 벗겨내고있다. 과거 주술사들이 하던 많은 일들이 과학자들의 손으로 넘어 온지 오래되었다. 유발 하라리는 자신을 세계적 유명인사로 만든 <사피엔스>에서 7만년 전에 아프리카에 구석에 살았던 보잘 것 없는 동물에 불과한 인간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가 인지혁명(인간이 똑똑해진 시기)과 농업혁명(자연을 길들여 인간이 원하는 일을 하게 만든 시기), 과학혁명(인간이 위험해 질 정도로 힘을 갖게 된 시기)을 거쳐서 종교, 인권, 국가와 같은 보이지 않는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서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과학과 산업혁명 덕분에 인류는 초인적인 힘과 무한한 에너지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과연 인간이 더 행복해졌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의 행복과 불행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인간의 뇌는 크게 3개층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즉 파충류의 뇌(뇌줄기-호흡, 심장박동, 협압조절 등 생명의 뇌), 포유류의 뇌(변연계-기억, 감정, 호르몬 조절 등 감정의 뇌), 영장류의 뇌(전두엽-깨달음의 중추로 이성의 뇌)이다. 물질혁명의 완성(4차 산업혁명)을 위한 인공지능(AI) 연구를 위해서도, 정신혁명 완성(5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도 뇌연구는 더욱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생로병사의 자연 법칙에 따라 살아가는 일체 생령은, 유전자(DNA)에 각인된 본능과 이를 충족시키려는 욕구가 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저차원의 욕구(생리·안전) 뿐 아니라 고차원의 욕구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마슬로우(A. H. Maslow)는 인간의 내부에 잠재하고 있는 욕구를 가장 기본적인 차원인 생리적 욕구(식욕, 수면욕, 성욕 등)에서부터 최고차원인 자기실현의 욕구까지 다양한 욕구를 5단계로 잘 정리하고 있다.
1, 2차 산업혁명을 통해 생리·안전 욕구, 3차 산업혁명에서는 사회귀속(연결, 사회참가) 욕구, 4차 혁명을 통해서는 명예(자기 존재 인정,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자기표현) 욕구가 실현될 수 있다고 한다.(이민화 KIST 초빙교수, ‘4차 산업혁명, 공유 경제’)

 인간의 최상위의 욕구인 자아실현은 개인이 지니고 있는 소질과 역량을 스스로 찾아내고, 그것을 발휘하여 자신의 이상(理想)을 실현하려는 욕구이다. 이는 사람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단순히 자기만족을 위한 여가활동을 추구하는 욕구 그 이상일 것이다. 이 단계가 바로 정신과 물질이 융합되는 산업혁명의 종착역인 ‘5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그린(T.H. Green)은 인간이 신(神)의 성품과 같은 최고의 선(善)의 상태를 실현하는 것을 자아실현이라고 했다. 이는 결국 종교의 영역으로서 자신의 영성(divine nature)이 발현되는 단계이며, 깨달음(enlightenment)과 직결되는 문제인 것이다.

 물질개벽(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정신개벽(정신혁명)을 위해 신종교를 창립한 소태산은 우주의 근원적 질서를 다루는 형이상학적 차원의 정신문명과 이를 담는 그릇인 형이하학적인 물질문명을 관통하는 공통의 질서를 찾았다. 그것이 바로 천지 만물을 살리는 은혜(恩惠)다.
소태산은 이기심으로 가득 찬 물질문명만의 발달은 철 모르는 아이에게 칼을 들려 준 것과 같이 위험하다고 했다. 문명의 발전이 은혜에 바탕을 두고 일체 생령을 살리는 방향(恩生於害, 유토피아)으로 나가야지, 해독을 주는 방향(害生於恩, 디스토피아)으로 나가서는 안된다고 했다.

 정신없는 육체가 없듯이, 정신문명과 물질문명은 서로 바탕이 되고 조화를 이루어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 과학·기술을 통해 물질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아울러 종교와 도덕을 통해서 정신문명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물질문명만을 숭배하는 데이터교(敎)의 노예에서 벗어나려면,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을 훈련시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종교’의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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