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136등

성적은 151명 가운데 136등일지라도
행복한 마음은 ‘전 세계를 통틀어 136등’

글. 박화영

 원광 지역아동센터?캘리그라피 수업을 갔더니, 민정이(중1)가 성적표 두 장을 들고 신나게 달려온다. “교무님~ 저 성적표 나왔어요! 공부 엄청 열심히 해서 중간고사 때보다 기말고사를 더 잘봤어요~!” “그래? 한번 볼까?” “이건 중간고사 성적표고요, 이건 기말고사 성적표에요.” “평균점수는 중간고사가 더 높은데?” “백분율보세요~ 기말고사가 더 잘 본 거에요~” 자세히 살펴보니 모든 점수 옆에 백분율이 표기되어있다. 상대평가인가보다.
 무조건 점수로만 순위를 매기던 우리 때와는 너무도 다른 휘황찬란한 성적표를 해독하느라 한참을 씨름하고 있으니, 민정이가 말한다. “저 전교 136등이에요~!” 동시에 내 눈은 성적표에 있는 151에 꽂혔다. “151명 중에 136등인거야?” “아니 그렇게 크게는 말씀하지 마시고요~ 그냥 136등이에요~” “그래, 엄청 열심히 공부해서 136등 하느라고 수고했어. 너무 잘했다 우리 민정이!^^”
 나는 성적표가 나올 때마다 늘 긴장하면서 혹시 점수가 떨어져 부모님 뵐 낯이 없을까 걱정하는, 나름 우등생이었다. 그런 나의 기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136등이라는 등수. 그러나 그 등수에도 행복해하는 민정이를 보니, ‘저 아이는 어디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부산지역 신문에서 ‘부모님에게 위조한 성적표를 보여준 게 발각된 한 학생이 아파트 10층에서 투신했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나는 그 기사를 본 후 한동안 멍하게 앉아있었다.

 2009년 이래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청소년 본인은 물론이고 교육당국, 가정,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하는 문제이다. 학업스트레스, 미숙한 인간관계, 학교폭력, 가정폭력 등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있지만 정작 이들에게는 문제해결능력이 부족하다. 특히 청소년들의 뇌는 성인에 비해 불안정하기 때문에, 갑작스런 기분 변화나 감정 기복이 생기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예민해지거나 화를 잘 내는 등의 특징이 많이 나타난다. 이러한 아이들을 잘 지켜봐주고 잘 품어주고 잘 들어주는 어른과, 아이들이 언제든 찾아가 쉴 수 있는 곳이 많아야 한다. 그 쉴 곳의 중심이 교당이 되어야 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일 것이다.

 학원을 한 군데 더 보내는 것보다, 아이들의 마음이 쉴 곳을 만들어주고 찾아 보내주는 것이 더 급선무 아닐까? 대종사님 교법이 널리 퍼져서, 비록 성적은 151명 가운데 136등일지라도 행복한 마음은 ‘전 세계를 통틀어 136등’일 민정이 같은 아이들이 가득한 세상이 오기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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