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를 잇는 가구

취재. 김아영 객원기자

목공전문가 심상무 작가


 “가구를 어떤 기준으로 고르세요? 집과 어울리는 가구를 고르잖아요. 한옥에서 아파트로 주거환경이 변했듯이 전통가구도 현대건축에 맞게 현대적 감각이 더해져야 한다는 거지요.”

 20여 년 동안 전통가구를 만들어 온 심상무 소목장의 첫 말은 뜻밖이었다. 문화재수리기능자이자 수차례 전통공예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그. 하지만 작가로서의 삶에는 언제나 ‘전통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찾는 전통을 만들 수 있을까?’란 고민이 따라다녔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끊임없이 도전했지요. 모르는 만큼 두려움도 없었어요.” 30대 중반, ‘나에게 맞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고심하다 목공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그. 낮에는 유통회사에서 일하고 저녁에는 공방을 찾아 목공을 배웠다. 그렇게 2년이 지날 때 쯤, ‘이 일을 평생 할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들었단다. 그의 목표는 이 분야에서 1등, 소목장으로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목공예 기능 자격증, 가구제작 기능사 자격증, 문화재수리 기능자 자격증 등 목공예에 관련된 것이라면 전통과 현대를 구분하지 않고 공부했어요. 서울시 기능경기대회는 출전 6회 만에 메달을 땄지요.” 기능경기대회에서 떨어질 때마다 ‘다음에는 도전 안 한다.’고 다짐했지만 1년이 지나면 저절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만큼 실력이 늘어있기도 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매순간 충실할 수 있었던 건, 이런 자산이 모여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나만의 것을 만들기 위해 기술을 쌓아 온 지 20여 년. 그를 대표하는 ‘심상무 짜임’은 이런 바탕 위에 완성되었다.

 “못이나 나사를 사용하지 않고 나무를 서로 끼워 연결 조립하는 것을 짜임기법이라고 해요. 이런 전통기법에 변화를 줄 수 없을까, 고민하다 만든 게 ‘심상무 짜임’이지요.” 간단하게 말하는 그이지만, 2015년 특허를 받은 ‘심상무 짜임’은 기존 짜임에 비해 견고함이 3배 이상 높았다. 10cm 짜임구조물에 중형차를 올려놓아도 끄덕없을 정도. 나무를 직접 꽂는 기존의 방식과 달리 중앙기둥을 통해 이중으로 나무를 끼우는 구조가 기능적으로나, 디자인적으로 뛰어났던 것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대목장은 “본 적이 없는 구조다. 대단하다.”며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몇 년 후에는 ‘심상무 짜임’에 대한 특허를 오픈하려고 해요. 많은 사람들이 이 기법으로 다양한 작품을 시도하면 좋은 거잖아요.” 누가 만들어도 이 기법이 심상무 짜임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을 거라는 것. 그리고 이것을 활용해 새로운 느낌의 가구가 나온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그가 원하던 전통의 현대화인 것이다.

 “더불어 잘 사는 길이기도 하고요. 하하. 젊은 현대가구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면 새로운 느낌의 디자인이 나오지 않겠어요? 발전이지요.”

 오랜 고민의 답을 찾아온 시간. 그 시간만큼 나무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도 달라졌다는데…. 예전에는 나무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작품을 만들었다면, 지금은 그 부분마저도 작품의 하나로 완성시킨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고 나무를 고르지 않아요. 나무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뭘 만들지가 보이지요. 그 시간이 참 행복하죠.” 휘어지면 휘어진 대로, 태어나 자란대로의 그 모양이 아름답다는 그. 사람들도 이런 작품에 더 많이 끌리는 건 이유가 있지 않겠냐며 웃는다.

 “차근차근 준비를 하다 보니 기회가 주어졌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확실한 건, 내가 준비를 해야만 그걸 꿰매고 매듭지을 수 있다는 거지요.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준비하고, 그렇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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