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공에 성별이 어디 있나요

안도창 한강교당 교도회장
취재. 김아영 객원기자

 “60대가 되면 그 때 봉사를 하겠다고 했지요.”

 결혼 초, 교당에 함께 다니며 봉사하자는 아내의 부탁을 안도창 씨(한강교당 교도회장)는 40년 후로 미뤘다. 봉사란,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또 경제적, 시간적 제약이 없을 때 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서울교구 봉공회 남자임원 1호’란 호칭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봉공회 남자임원

 “봉공회 남자임원이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그러고 보니 오랫동안 아내가 이렇게 되도록 이끈 걸 수도 있겠네요.”
 그의 말처럼 봉공의 시작은 애처가다운 면모에서 시작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교구 봉공회 임원으로 10년 동안 봉공해 온 아내 김덕지 씨. 봉사를 다녀오면 피곤해 하는 아내를 돕기 위해, 봉사현장에 따라 나선 것이 시작이었다.

 “현장에 가보니 남자들이 필요한 일들이 많았어요. 보은장날 천막과 매대를 설치하고, 젓갈 등 무거운 물건을 옮겨주었지요.” 봉공회는 남녀를 불문하고 가입이 가능하지만, 남자회원은 아직 손에 꼽히던 시절. “왜 다른 남편들은 도와주러 오지 않느냐?”고 툴툴 대면서도 봉사현장에 가는 아내를 따라 나섰다. 그렇게 보은장날을 시작으로, 서울역 무료급식 봉사, 현충원 국수나눔 등에서 힘든 일을 맡았다. 봉공회 임원들 사이에서 “오늘은 창산님 안 오셔?”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을 정도였다.

 “아내를 비롯해 봉공회원들이 무아봉공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 분들에 비하면 제가 하는 봉사는 봉사도 아니지요.” 하지만 그런 말과는 달리 지금은 아내 못지않게 봉공생활을 하는 그. 몇 년 전에는 “봉사를 하려면 물건을 많이 실을 수 있는 승합차로 바꾸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해 아내를 깜짝 놀라게 했다. 더구나 교당에서는 교도들을 많이 태우고 이동할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라고 생각했단다.

 “그 차가 지금의 이 11인승 승합차예요. 봉공현장으로 짐도 나르고, 현장에 필요한 장도 보지요. 교도님들 드라이브도 시켜드리고요. 그야말로 효자지요.” 장거리 운전을 할 때면 부인은 “기름이 많이 든다.”며 짐짓 후회하는 척도 하지만 봉공을 생각하는 남편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봉사를 하다보면 생각이 많아질 때가 있어요. 서울역 무료급식 때가 그렇지요.” 밥 한 끼를 먹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는 그들을 보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가,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란 고민으로 이어진다는 것. 그리고 ‘내가 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이를 때쯤에는 밥을 나누어주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단다. “그래서 가끔 그들을 보지 않으려, 배식을 마친 후 설거지만 할 때도 있어요. 앞으로 계속 고민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런 고민 또한 깊어진 봉공의 힘일 터. 그는 오늘도 아내와 함께 서울역으로 향한다. 봉공회 남자임원이자, 봉공회 임원부부 1호 아니던가.

서울의 거점교당, 한강교당

 그런 그에게 고민이 한 가지 생겼다. 남서울교당과 반포교당이 통합해 올해 새로운 이름으로 거듭난 한강교당의 초대 교도회장직을 맡은 것이다. 교도가 두 배 이상 늘어나, 의자만으로 모자라 바닥까지 방석을 깔았단다. 행복하고 설레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잘 통합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게 사실. 더구나 옛 서울회관 자리에 들어설 원불교100년기념관의 교구청교당 역할도 해야 한다. 
 
 “교구청교당으로서 면모를 갖추기 위해 다른 큰 교당의 시스템도 공부하고, 교화를 비롯해 체계적으로 노력해 나가야겠지요. 할 일이 많아요.” 이를 위해 정성어린 기도를 시작한 그. 신심이 더욱 두터워 질수록 더 많은 것을 깨닫고 공심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해봐요. ‘내가 일원가정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자랐다면 지금 어땠을까?’ 하고요. 참 부럽더라고요. 하하.” 교법을 생활의 기준으로 두고, 믿음에 어긋나지 않게 한 평생 살아 온 그.

 걱정하는 그에게 평생을 함께 살아온 아내가 말한다. “지금까지 해 왔듯이 공심, 신심으로만 하면 돼요. 그렇게 상(相)없이 살아왔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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