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참 향기로운

글. 이이원

이야기 하나.

 향은 어디에서 우러나오는 걸까? 박은국 선진의 법호는 향기 향(香), 향타원이다. 원불교학과 재학 시절, 수도원에 계시는 향타원님을 무작정 찾아뵈었다. 스승님은 기도 중이었다. 약속하고 찾아뵌 것이 아니기에 스승님의 뒤에 조용히 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스승님의 기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기도에 대한 나의 첫 체험이었다. 기도는 어떻게 하는 건지 여쭈었다.

 “나는 남원 운봉에서 6.25 전쟁을 맞았단다. 비행기의 폭격이 시작되면 옥수수 밭으로 나와  올린 기도가 나의 첫 기도였지. 교당의 기왓장 하나 부서지지 않고, 교도님 한 분 다치지 않기를 간절하게 원했었지. 혹 죽게 된다고 해도 미련이 없는 마음뿐이었지. 원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에 기도했고, 기도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단다. 그 기도를 오늘날까지 계속하고 있단다. 늘 원하고 간절하기 때문이지.”

 스승님의 미소에서는 아름다운 향기가 났고 말씀은 부드러웠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기도한 마음의 힘이 있었기에 교당을 찾아온 인민군들의 총부리 앞에서도 물 한잔을 대접하고 원불교 교리를 설명하실 수 있었다. 그야말로 인민군을 상대로 한 최초의 교리강습 주인공(원광 101년 8월호 참조)이 되신 스승님. 그 뒤로 익산에 계실 때 자주 찾아뵈었고, 배내훈련원에서 몇 번 뵈었는데 항상 기도하는 스승님의 등을 먼저 볼 수 있었다. 스승님의 향기는 아름다움이다. 구도의 정성을 쉬지 않는 법력과 일원 꽃을 피우기 위한 정성스러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 향기. 


이야기 둘.

 배내훈련원 조성 당시의 일이다. 돌이 많은 산이라 중장비인 포클레인으로 토목작업을 하는데, 기사에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젊은 남자(교무)가 있는데도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일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었다. 기사는 가끔 괜한 고집을 부리기도 했는데, 일을 하다보면 항상 그 분의 말이 맞았다. 석축을 쌓을 때도 돌 하나하나의 자리를 잡아주면 오랫동안 중장비 일을 한 기사보다도 아귀가 더 잘 들어맞았다.

 하지만 문제는 훈련원 조성에 금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사의 마음에도 멋진 자연석을 구입하여 군데군데 배치하면 훨씬 멋있을 것 같은데 훈련원에서 나온 돌들은 거친 돌들이 대부분이었다. 훈련원 일을 쉬는 날엔 다른 곳에서 일 하곤 하던 기사는 가끔 멋진 자연석을 발견하면 싣고 오기를 반복하여 훈련원 곳곳에 멋진 풍경으로 자리 잡게 하였다.

 훈련원 일을 할 때마다 손잡아 주시고 등 토닥여주신 손길, 물 한잔도 향타원님이 주시면 감로수가 되었고 작은 공양도 맛집의 공양이 되었으니 스며들 수밖에! 그 뒤로 기사의 온 가족이 입교하여 알뜰한 교도가 되었으니, 모두 스승님 자비의 손길에 이끌리고 은혜의 마음에 취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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