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책자에 대한 집착

글. 고준영 교무·양정교당

 훈련을 다녀온 며칠 후, 훈련짐을 넣었던 트렁크를 받았다. 딱히 당장 필요한 물건이 들어 있지 않아 느긋하게 받은 참이었다. 그러다 학생 법회 시간에 훈련에서 배운 내용을 활용해보고자, 책자를 꺼내려 트렁크를 열었는데, 이럴 수가! 훈련 책자가 없다. ‘어디 갔지? 훈련원에 두고 왔나? 다른 짐에 섞여 들어갔나?’ 결국 훈련원 교무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종법사님 법문 필기 열심히 돼 있고, 일기도 쓰여 있는 책자 말인가요?” 하고 묻는다. 맞다고 하니, “애도를 표합니다.” 하신다. 알고 보니 필기가 열심히 된 책자가 선실 창가에 놓여져 있었는데, 이름이 쓰여 있지 않아 결국 버려졌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특히 더 열심히 훈련을 하고, 졸지 않고 모든 강의를 열심히 필기했는데 말이다. 게다가 일기를 제대로 써보고자 개인 정진 시간에 일기 공부를 하며 하루에 2~3편의 심신작용 처리건과 감각감상을 열심히 썼던 터였다. 그 일기를 교화단회 때 내면 되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트렁크를 일찍 확인해서 책자를 두고 왔음을 미리 알았다면 진즉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진리께서 훈련 열심히 했다는 것에 착되지 말고, 훈련때 했던 공부를 다 털어버리고, 그 상을 모두 놓아버리고, 앞으로 새롭게 공부해 나가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책자에 집착되어 있었던 마음이 바로 놓아졌다.


진달래꽃

글. 조정인 화곡교당

 안부를 묻습니다. 당신에게도 봄이 와 있는지요.

 꽃들이 남쪽에서부터 와르르 피고 천지가 실록으로 물들어갈 텐데 유난히 올 겨울은 춥고 침울하던 당신들 눈빛이 자꾸 생각이 납니다. 왠지 마음을 졸였어요. 어쩌면 봄은 안 올지 모른다고요. 세상사는 마음이 고달팠지요. 지나가리라 되뇌며 스스로 어르며 왔지요.

 마당 양지볕에 꽃말이 ‘위로’인 환하게 피는 진달래꽃 너머 여러분 당신들 마음에 한 그루씩 심어주고 싶어요. 보세요. 추운 겨울은 지나가고 복장에 쟁여진 무거운 짐을 끄집어내서 저만치 놓고 위로의 꽃을 바라보아요. 그 모진 한파 견뎌냈잖아요. 꽁꽁 얼어서 잔뜩 웅크린 들꽃나무처럼요. 자기 몫을 다 하려고 꽃바람 추위 이겨내고 양지볕을 기다리고 있어요. 봄에 피울 꽃을 생각하며 꽃나무들은 절망을 이겼을 테지요. 상생상극 다 겪으며 생채기가 나도 묵묵히 자랐겠지요. 직접 겪어야만이 자신의 것이 되니까요. 오랜만에 꽃을 보는 눈이 떠졌어요. 꿈 속 같은 꽃들이 온 세상 하늘거리잖아요.

 애달파하지 마세요. 우주도 균형 잡지 못하고 늘 삐뚤빼뚤하는데, 하물며 인간의 생이 마음대로 되겠어요? 소월의 시처럼 사뿐사뿐 즈려밟고 지나갈 수 있는 위로의 꽃말처럼 응원을 보냅니다. 봄에 심고 가을에 거두는 당신의 마음 밭에도 아름다운 꽃씨 한 아름씩 심으셨나요.


평가받는 공부

글. 유성심 진주교당

 본사에서 1박 2일 교육이 있었다. 교육 전, 내가 나를 설문조사 하는 항목과 함께 일하는 직원 3명이 나를 평가하는 설문이 있었다.

 한 직원은 있는 그대로 하면 되느냐고 눈을 치켜뜨며 시비했고, 다른 한 직원은 잘 평가해줄 테니 밥을 사달라고 하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평가받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관심이기도 하니 한편으론 고맙다. 그런데 시비를 받으니 경계를 따라 내 마음이 요동했다.

 설문조사 내용과 관련해 다른 지사 반응을 알아보니 다들 별다른 반응이 없었단다. 그런데 우리 사무실 직원들은 다들 한 마디씩! 요란하다.
미운 마음을 가지고 교육을 갔다. 평가 기록이 그래프로 세밀하게 나와 있었다. 내가 잘하는 점과 부족한 점이 객관적으로 보였다. 이런 기회가 없었다면 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을까? 이참에 평가받는 공부를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직원들이 공부거리를 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교육 내용이 와 닿았을까 싶어지니, 미움이 절로 고마움으로 변한다. 은생어해다.

 교육을 다녀온 뒤 다 함께 회의를 했다. 카톡으로 전달사항을 올릴 테니 활용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더니 직원들 모두가 수용한다. 이렇게 모여주는 것도 참 고맙다. ‘잘 배우는 공부, 잘 가르치는 공부를 할 때이구나!’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알기 위해 내가 앞으로 더 챙기고 더 공들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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