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옷 입고 밤길 간다
글. 이이원

이야기 하나.

 중앙총부 공회당에 제자들이 모여 소태산 부처님의 법문을 받드는 시간, 가슴은 벅차오르고 마음은 한없이 넓어진다. 하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총부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자, 제자들은 공부하다 말고 우르르 밖으로 몰려나갔다. 비행기가 귀할 때라 신기하기도 하고, 위잉 소리에 놀라기도 해서 뛰쳐나간 것이다. 비행기가 사라지자 제자들은 다시 공회당에 들어와 앉았다. 어쩌면 찰나의 시간이었을지 모르지만, 이 광경을 지켜본 소태산 부처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혀를 차면서 하시는 말씀이다. “너희들 언제나 철들래, 언제나 철들래! 비행기 보는 게 중한 게 아닌데. 내가 비단옷 입고 밤길 가야겠다.”

 제자들은 나무라는 소태산 부처님이 야속하면서도, 보기 드문 비행기를 봤다는 즐거움에 ‘비단 옷 입고 밤길 간다.’는 말씀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지나쳤다. 몇몇 제자의 마음 가운데 의두가 되었지만 도무지 의미를 알 수 없었다.

 이 의두는 소태산 부처님이 나투신 열반상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 말씀은 소태산 부처님께서 평소 이야기 하던 먼 수양길이었고, 그제야 열반의 길을 떠나신다는 말씀임을 깨달은 것이다. 꿈에라도 찾아뵙고 그때 그 법문 다시 해 주시라고 떼라도 써 볼까?

이야기 둘.

 이웃교당 교도님이 지인의 병문안을 함께 가자고 하셨다. 환자는 말기 암으로 생명이 위독한데도 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고 했다. 막상 찾아뵈니 기도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환자는 연신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마음으로 기도한 뒤에 환자 옆에 앉아 귓속말을 하기 시작했다. 원불교와 처음 만나는 분이기에 나지막한 목소리로 살아온 삶을 축복하고 원불교의 독경에 대해 설명한 뒤, 독경을 하고 다시 생사에 대한 법문을 반복했다. 한참 뒤, 환자는 호흡이 편안해지더니 아주 작은 목소리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왠지 마음이 쓰여 며칠 뒤에 혼자 그분을 다시 찾아뵀다. 환자는 지난번보다 더 위중한 상태였지만, ‘다시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눈빛을 보냈다. 나는 귓속말을 시작했다. 독경은 더욱 간절했고 법문은 더욱 절절했다. 등에 땀이 흥건할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해 기도하던 중에 환자의 호흡이 편안해졌다.

 ‘교무님! 덕분에 큰 공부하고 편안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생엔 꼭 원불교 교도가 될게요. 감사합니다.’

 며칠 뒤 환자는 열반의 길을 떠났다. 문상을 갔을때 처음 만난 남편이 눈물을 글썽이며, “덕분에 편안히 갔다.”고 한다. 짧은 원불교와의 인연이었지만 어쩌면 오랜 기다림의 만남은 아니었을까? 원불교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 오늘도 길을 나서야지. 잠시만 기다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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