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극락세상 평등정토 열어보세

글. 김광원

 어느 화창한 5월, 예쁜 솔섬이 있는 부안 바닷가에서 나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한 장면을 만났다.
 여고 2학년 아이들은 바다 래프팅을 눈앞에 두고 설레는 마음으로 교육을 받고 있었고, 나는 무심코 바닷가 주변의 해당화 꽃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런데 해당화 꽃 속에 꿀벌 한 마리가 날개를 윙윙대며 자기 활동에 깊이 빠져 있었다. 그 벌은 해당화 꽃 속에서 꽃목욕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잠시 후 아이들은 힘차게 노를 저으며 푸른 바다를 만끽하였고, 해양의 나라 학생들답게 하루를 유쾌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 느낌은 각자 평생 간직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꿀벌들이 꽃 속에서 꽃목욕하듯이, 평소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던 우리 학생들도 이 날만큼은 눈부시게 빛나는 서해바다에 와서 꽃목욕을 즐긴 것이다.

 천문학자들은 우주 속에서 지구를 닮은 행성을 열심히 찾고 있다. 지구와 비슷한 조건을 가진 행성이 사실 매우 많을 것이라고 예상들 하지만, 그 행성들은 우리 지구와는 상상하기도 힘든 엄청난 거리에 떨어져 있다 한다. 우리는 그저 외계의 먼 그곳을 상상하며 밤하늘을 올려다 볼 뿐이다.

 5월이 시작하는 오늘 뒷산에 올라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있으니 주변 환경이 참 눈이 부시다. 눈앞에는 철쭉이 붉어 있고, 매화나무에는 다닥다닥 초록 열매가 매달려 있고, 새소리도 들려오고, 온갖 나무들이 살랑거리는 봄바람 속에서 연둣빛 희열감을 뿜어내고 있다. 지구 땅은 이렇듯 찬란한데 우리 인간세계에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비참한 그늘이 이다지도 많은가.

 석가모니는 수천 년 전에 공(空)의 세계를 발견하여 인류에게 전수해 주었다. 자신의 근본을 깨달은 뒤로 자신을 없애 버렸고, 그렇게 하여 자신을 다시 태어나게 하였다. 예수의 십자가도 그렇게 이해된다. 자기의 진정한 구원은 자기희생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십자가를 통해 알려 주었다. 희생 없이 믿기만 하면 천당에 극락에 가는 것일까.

 얼마 전 나를 무척 아껴 주셨던 외삼촌이 영면하셨다. 일년 전 심장병으로 쓰러지신 뒤 다소 호전되어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에서 투병하였으나, 밤바다의 한 점 눈송이처럼 떠나신 것이다. 열심히 운동하고 조카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일어서겠노라고 말해 왔지만, 쓰러지기 전의 그 빛나던 의지를 발휘하지 못하고 애타게 떠나신 것이다.

 우리 인간은 때가 되면 한 점 눈송이가 되어 가뭇없이 사라지는 존재이다. 하지만 석가모니의 위대한 선물인 ‘공’의 이치를 알고, 소태산 대종사의 “만유가 한 체성, 만법이 한 근원”이라는 이치에 다다르는 순간 밤하늘의 모든 별들도 내 한 점의 ‘마음눈’ 속에 담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공수래공수거’를 제대로 알게 되면 끝없이 따라다니는 인과의 강줄기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

 수십억 년 지구는 흘러왔고, 인류도 수십만 년 진화해 왔다. 그런데 이제 십 년이 멀다 하고 물질은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 원불교의 이 표어는 점점 더 진하게 시대의 화두가 될 것 같다. 백년 후, 천년 아니 만년 후 인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원불교는 어떤 모습으로 시대를 끌어가고 있을까.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 원불교에는 사은(四恩)이 있다. 천지은, 부모은, 동포은 말고도 법률은이 있다. 물질시대일수록 법률은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잘 모셔야 하지 않는가 여긴다. 때로 신호등 앞에서 나는 생각한다. 법이 없다면 세계는 어떤 모습으로 변하게 될까. 아직 먼 이야기로 여겨지겠지만, 지속가능한 지구생태 환경이 만들어지고, 온 세계가 한 일터로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국제법을 비롯한 제반 법률 시스템이 시급히 정비되고 긴밀하게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 교법이 널리 발전됨을 따라 세계는 전부 일원의 극락으로 화하게 되옵고……” 며칠 전 들려온 대각개교절 봉축사의 한 말씀이다. 온 우주가 하나의 꽃이 되고, 온 인류가 그 꽃 속에서 꽃목욕하는 때는 언제나 올까. 걸릴 게 하나 없이 불어오는 봄바람 속에 앉아 있으니 문득 성가 하나가 떠오른다. 나는 스마트폰 속에서 그 성가 하나를 고른다.

금강이 현세계하니 조선이 갱조선이요. / 한 기운 한 이치로 온 천하가 한 일터라. / 오호라 여기가 극락세상 평등정토 열어보세. - ‘봄바람에 달이 뜨면’ 3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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