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봄에 마법의 주문을
글. 이혜명 신촌교당

금년에 단을 재편성하고 단장을 맡은 나는 무겁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새로운 단원들과 단회를 가졌다. 우리 9단은 단원님들이 단장, 중앙을 빼고 대다수가 법사님들이시다. 나는 보고 배우고 보좌하며 단장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다.
우리 단은 만장일치로 3월 마음공부 책자에 수록된 교화훈련부장님의 ‘새봄에 마음의 주문을’ 편지글 제목을 공동 유무념 주제로 정했다. 읽으면 유념, 읽지 않았으면 무념. 유무념이 진행될수록 법사님들이 매화, 산수유, 개나리, 진달래 봄꽃처럼 밝아진다.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좋다.
지난번에 교도회장님이 회장단 훈련을 다녀와서 “교구장님 말씀 내용 중에 상시일기를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천지 날씨, 몸 날씨, 마음 날씨로 활용하여 하루에 한 줄이라도 기재해 보라고 하셨다.”고 알려주었다. 그것에 이구동성으로 공감을 한 우리 단은 마법의 주문 유무념 주제에 응용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천지 날씨, 몸 날씨, 마음 날씨로 한 줄 쓰기 마음대조 공부를 하기로 하였다. 나는 “네가 참 자랑스러워.”를 딸에게 실천하고 있다. 처음은 어색했지만 지금은 서로가 자연스러워지고 모녀 관계도 훨씬 좋아졌다. 장소에 구애 없이 한 줄이라도 적다보니 그 기쁨은 배로 증가하고 오직 감사함뿐이다. 어렵게만 생각했던 마음공부가 이렇게 가볍게 접근하면 생활 시 불법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무엇이든 찰나
글. 윤선화 통영교당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함께 타고 가던 중이었다. 어떤 차가 갑자기 깜빡이를 넣으며 우리 앞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남편은 경적을 울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에 걸려 그 차와 나란히 옆에 서게 되었다. 내심 ‘저 사람이 미안하다는 사과라도 하겠지?’ 하는 마음에 창문을 내리고 쳐다보았다. 선팅이 진하게 되어 있어 상대방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유리창을 내리는가 싶던 상대방은 곧 다시 올렸다. 그것을 본 남편이 “웃기는 왜 웃느냐?”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상대방이 창문을 내리다 말고 비웃듯 웃더라는 것이다. 남편의 말을 들은 상대방은 창문을 다시 내렸다. 젊은 남자였는데 대뜸 한다는 말이 “왜 소리를 지르느냐?”는 것이었다. “당신 때문에 사고가 날 뻔 했는데, 먼저 미안했다고 말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한번 씨익 웃고선 “사고 안 났잖아요.”라며 창문을 올리고 바뀐 신호를 따라 우회전해서 가버렸다.
남편은 이미 여러 번 경험했는지 “요즘 젊은 사람들은 다 저렇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저사람 말처럼 사고 안 났으니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며….
좋은 쪽으로 생각하니 그 또한 찰나의 인연이었으리라. 찰나에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판단력, 행동들이 ‘지금 행복한가?’를 결정짓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든든한 인연복
글. 김정원 금산교당

시아버지 천도재 중 남편과의 약간의 불협화음이 있었다.
남편은 종재 고사 문제로 나에게 원망을 털어놓듯 얘기했다. 부담되는 이 의식을 왜 굳이 하라고 하는지 실은 나도 구체적인 뜻이 없어서 남편에게 설득력 있게 얘기해주지 못했다. 자기는 안 할 테니, 나에게만 하라는 남편의 말이 철없고 야속하다고만 생각했다.
이런 마음을 옥진 교도님에게 털어놓자, 교도님께서는 고사가 무엇인지, 왜 해야 하는지 자세히 이야기해주셨다. “결혼하여 지금까지 시부모님께 받은 사랑과 감사함을 천도재와 종재 고사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하며, 오히려 남편 덕분에 그런 기회를 가지게 되었음을 은혜로 느끼며 적어보라고 하셨다. 전혀 생각지 못했다. 고사는 반드시 아들이 해야 하고, 아니면 딸들이 해야 한다고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간의 삶을 떠올리며 아버지께 드리고 싶은 말씀들을 천천히 써보았다.
그리고 남편에게 마음을 털어놓았다. 내가 “처음엔 안 하겠다는 당신을 원망도 하고 철없다고도 했지만, 며느리인 나에게 이런 일을 할 기회를 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하자, 남편도 “그렇게 생각해주니 고맙다.”고 했다. 이런 반전이! 시아버님에 대한 감사함과 고마움으로 남편과의 관계가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고요한 호수가 되었다.
새로운 깨달음을 주신 옥진님이 있어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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