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진료의 바탕은 연민이다
오상천 원광대학교 대전치과병원장

취재. 최승희 기자

대전 유성에 위치한 원광대학교 대전치과병원(이하 대전치과병원). 이곳에서는 종이 차트와 X-선·방사선 검사 결과를 출력한 필름을 찾아볼 수 없다. 대신에 모든 의료기록은 디지털로 기록된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미래를 내다보는 오상천 원광대학교 대전치과병원장이 있었다. 디지털 의료기록이 축적되면 환자의 상태에 적합한 맞춤형 진료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그. 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것은 최신 의료기술이 아니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공익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해요. 특히 의료인들은 심적 수련이 더 많이 필요하죠.”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기에, 이기심을 내려놓고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것이 그가 추구하는 자세이다.

모두를 위한 책임감
병원장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공(公, 공익)’이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책임감의 무게가 느껴진다.
“우리 병원이 할 일이 많아요. 개인 병원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워하는 일을 해내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신뢰도 그만큼 더 받고 있죠.” 현재 전국에 있는 치과대학병원은 총 11개, 그 중에서도 이곳은 중부권 유일의 치과대학병원이다. 지난 3월에 있었던 대전치과병원 10주년기념식에 대전시장을 비롯한 지역명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만 보아도 이러한 자부심의 이유를 알 수 있다.
그 자부심의 바탕에는 오 원장이 가진 ‘지역을 위하는 마음’이 있었다. 2차 병원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이 큰 만큼, 병원의 이익만큼이나 지역사회 전체에 의료서비스를 골고루 나눠주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꾸준히 하고 있는 것.
특히 대전지역 치과의사회와 협약을 체결한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일반적으로 진료영역이 겹치는 경우 개인병원 입장에서는 공공 의료기관(대학병원)을 견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전지역 개원 치과의사 중 40%가 원광대 출신이에요. 그러기에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소통하기가 수월한 거죠.” 대전치과병원은 치과 꿈나무들의 임상교육을 이끄는 교육장이기도 한 만큼, 그는 대전지역 치과의사들의 교육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대전지역 치과의사 교육·학술활동과 치대 학생들의 임상교육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들이 서로의 병원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 그의 공심 철학이 경쟁에 익숙한 의료계에도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오 원장이 병원 간의 소통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적인 역할. 그러기에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진료에도 더욱 신경을 쓴다. 특히 신체를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지체장애인들은 전신마취 등 여러 의료행위가 더해져야 하기에 대학병원의 역할이 매우 필요한 영역. 이에 대표적 의료취약계층에 해당하는 장애인을 위한 구강진료 협약도 맺었다는 그다.

자리이타
자신만의 이익보다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그의 뜻은, 그가 품어온 원불교의 가르침과도 통한다. 사실, 치과의사로서의 길을 선택하기 전에 원불교 교무로 출가서원서를 쓰기도 했었다는 그. 원친회원으로서 자연스레 ‘자리이타’의 교리를 받들어 실천해와서인지, 마음 한구석에는 출가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다지만 지금은 “어떤 식으로든 보은하면 된다.”는 교무인 아버지의 위로를 떠올리며 만족스럽게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원불교 기관에서 의료인으로 세상에 보은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았기 때문이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잖아요. 그런 일을 제가 할 수 있어서 감사한 거죠. 보람도 크고요.” 환한 그의 표정에서 병원장이기 이전에 담백하고 진정성 있는 ‘치과의사’임이 느껴진다. “진료를 할 때 ‘무척 힘들었겠구나….’ 하는 염려의 눈빛을 보내면 환자가 알아채고 마음의 문을 열어줘요. 그 다음은 일사천리죠. 서로 마음을 나눈 사이이니 치료에 대한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요.” 동료나 제자들에게도 ‘모든 진료의 바탕은 연민에 있다.’고 강조하는 오 원장이다.
따뜻한 그의 리더십은 항상 자신부터 미소 짓는 것에서 시작된다. 원장인 자신이 먼저 친절하면 동료나 제자들도 자연스레 그 모습을 본받게 된다는 것. 부임 초반, 어두웠던 직원들의 표정에 지금처럼 환한 미소를 피워낸 것도 알고 보면 그의 부드럽고 은근한 솔선수범 덕분이다.
물론 대학병원의 특성상 의료와 연구·교육 등 다양한 역할을 해내야 하기에 여러 구성원들의 마음을 모으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 곳에서 그의 리더십이 통한 비결은 다른 게 아니라는데…. “비결이랄 게 뭐 있나요? 사람 모여 사는 데에, 서로 행복을 느끼며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웃으며 가볍게 던지는 말인가 싶을 찰나, ‘서로가 행복하게’라는 말이 결코 가볍지 않음이 와 닿는다.
병원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낸 후에는 학교에 돌아가 학생들 가까이에서 ‘공심 있는 의료인’을 키워내고 싶다는 그. 그의 환한 미소에 마음까지 따뜻해진다. 마음병 치료의사를 만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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