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행복한 낙원공동체 보은의집
꽃길을 걸어요

취재. 김아영 객원기자  

라일락, 수선화, 민들레 방…. 이름에 걸맞게 방마다 아기자기한 화단이 꾸며져 있다. 또 큰 창문 밖으로는 벚꽃이 한창이다. 노인요양시설이라기보다는 화사한 유치원, 그보다는 햇살 좋은 가정집 같다. “그래서 ‘집’이잖아요. 보은의집(원장 정천경 교무)이요. 여기는 어르신들이 사는 집이랍니다.”

우리들의 집
문을 열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슬리퍼를 신지 않은 직원들의 모습. 그들의 말처럼, 어르신이 생활하는 ‘집’이기에 직원들도 어르신과 같이 슬리퍼를 신지 않고 생활하는 것이다. “집처럼, 내 부모처럼 모신다는 말이 빈말이 되지 않도록 작은 것 하나에도 신경 쓰고 있어요.” 큼직큼직한 창문, 둥글게 만든 중앙정원, 하늘이 보이는 지붕도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닌데…. 큼직한 창문은 어르신이 누워서도 창밖 풍경을 볼 수 있게, 둥근 중정은 치매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배회할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모든 것이 어르신에게 집중되어 있다.
“입소를 하면 간호사와 영양사, 요양보호사 등이 모여 어르신에 맞는 개인시간표를 만들어요. 그리고 다시 만족도를 평가하고 계획을 짜지요.” 어르신이 누워있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활동시간을 늘리려 노력한다는 정미애 사무국장. 월별 프로그램에, 50~60가지의 개별 프로그램까지…. 덕분에 직원들은 바쁘지만, 이게 바로 이곳의 정신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라고 말한다. “처처불상 사사불공이란 말을 이곳에서 처음 알게 됐는데, 쉽게 이해할 수 있었어요. 부처님처럼 모신다는 걸요.” 밝은 직원들의 태도에서 그 뜻을 알 수 있었다는 한 요양보호사. 이곳에서는 어르신의 기호식품을 개별적으로 만들어 욕구를 만족시키고도 있다고.
“요양시설이라고 하면 방송에서 보여주는 부정적인 면을 많이 상상하세요. 그래서 이곳에 처음 오시면 부모님들은 버려졌다는 생각에, 자녀는 책임을 못했다는 생각으로 울기도 하시죠. 하지만 지내다 보면 아시거든요. 건강도 좋아지고 내 집처럼 편안하다는 걸요.” 명절에 집에 갔다가도 “내 집에 갈란다.”며 금세 이곳으로 돌아온다는 어르신들. 한 어르신이 “직원들이 내 자녀 같다.”며 손을 꼭 잡는다.
“어르신, 이제 산책시간이네요. 밖에 꽃이 활짝 폈어요.”라는 직원에게 웃음으로 화답하는 어르신. 보은의집 안에도, 그들이 웃음으로 가꾼 꽃이 한참이다.

오랜 직장
이런 노력 덕분에 국민건강보험공단 시설평가에서 4회 연속 ‘최우수(A등급 기관)’로 선정된 보은의집. 직원들과 소통하려 노력한 정천경 교무와 마음을 모아준 직원들이 있어 가능한 결과였다.
“SNS 단체방을 만들어 소통을 하는데, 여기에 모든 것이 올라와요. 이렇게 원장님과 직원이 소통하려 노력하지요.” 특히 여기에는 수시로 이루어지는 정 교무의 설문조사도 빠질 수 없는데…. ‘보은의집의 10가지 자랑은 무엇이냐?’는 진지한 질문부터 원장에게 하고 싶은 말, 올해의 소원, 아쉬운 점 등등 원장과 직원들이 수없이 묻고 답한다. “직원들의 소리를 듣고, 만족도를 높이는 거지요. 직원이 행복해야 어르신이 행복할 수 있잖아요.” 보은의집 비전이기도 한 ‘권리가 존중받는’에는 직원들도 포함된다는 게 정 교무의 말이다.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동아리와 야유회 지원에도 신경을 쓰는 것은 물론이다.
“행복이요? 저는 이곳에서 12년을 근무했어요.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80% 이상이지요.”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느냐며 장미숙 씨가 답한다.

교도이자 직원
“제가 딱 하나, 직원들에게 양보하지 못하겠다고 한 게 있어요. 바로 법위단계별훈련 참석과, 한 달에 두 번 교당의 일요법회에 출석하는 것이지요.” 직원들이 4개 교화단을 구성하고 한 달에 한 번 단모임을 하고 있는 이곳. 임피교당 법회에도 한 달에 두 번 이상 출석해 교당의 든든한 교도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직원교화가 쉽진 않아요. 하지만 원불교 교리정신에 바탕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니만큼 그 정신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지요.” 특히 법회를 기관이 아닌 교당에서 행하는 것은, 지역교화는 물론 직원이 직장을 옮겼을 때도 신앙과 연결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정 교무는 매주법회 내용을 SNS로 올리고, 월요일 조회 때는 직원들과 감사일기를 발표한다고. 법회 참석이 어색하던 직원들도 이제는 “이분은 어르신 부처님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교리에 젖어들고 있단다.
“앞으로도 교리정신을 바탕으로 어르신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지요. 그게 저희의 행복이기도 하고요.” 어르신과 직원이 함께 행복한 ‘집’, 바로 보은의집 이야기이다.  | 사회복지법인 중도원 보은의집 063)451-8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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