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 회상의 옛 인연

  글. 유도성 교무

대산 종사님 재세 초, 지금보다 원불교 교세가 훨씬 미약할 때 “원기 100년 기념대법회에는 해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영산선학대학교 총장님께서는  “그 당시 그 말씀을 들었을 때는 까마득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지 100주년기념대회 전후로 많은 미국인들이 영산을 방문하는 것을 보고 이 말씀을 다시 상기하고 실감했다.”고 하셨다.
필자를 포함한 몇 명의 원다르마센터 교무들은 작년 100주년기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인 교도 17명을 데리고 한국을 방문했었다. 원불교 성지 순례를 할 때였다. 정관평을 먼저 둘러보고 대종사님 탄생가를 지나 구간도실에서 쉬고 있는데, 구간도실 주변 바위 위에서 원지연(Kathy) 교도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본래 감성이 풍부한 사람이라서 으레 그러려니 했는데, 나중에 얘기하기를 “한국 오기 전 돌이 놓여있는 꿈을 두 번이나 꾸었는데, 꿈에서 본 그곳이 바로 구간도실이었다. 그리고 꿈 속 구간도실 중앙에는 늘 대종사님께서 서 계셨다.”고 했다. 꿈에서 본 곳이 너무 생생해 항상 그곳이 어딜까 궁금했는데, 그곳을 확인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올랐던 것이다.
오후에는 영산 성래원 전통 찻집에서 남궁성 국제마음훈련원 원장님이 미국인 교도들에게 녹차를 대접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그런데 나이가 많은 교도 중 한 사람인 원수현(Clark) 교도가 “영산이 너무 익숙하고, 찻집 바로 앞마당에서 과거에 낮잠도 이따금 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젊어서부터 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한번은 교당 지하실 창문을 수리하는데 겨울이라 너무 추워서 손놀림이 힘들기에 “오늘 수리를 마칠 수 있도록 손이 좀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며 잠깐 묵상 기도를 했다. 그랬더니 이상하게 온기가 주위를 감싸는 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무사히 수리를 마치고 집에 갔더니, 그의 아내가 “당신 얼굴에서 빛이 난다.”며 놀라워했다. 그 빛이 주변 사람들에게 보일 정도로 선명해서 이웃 사람들이 몇 주 동안 그를 보러 왔고, 어떤 이는 상담을 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정산 종사님께서는 “우리 회상의 법 동지들은 과거세에 법동지 뿐만 아니라, 세상 혈육의 인연들로도 많이 만났다.”고 하셨다. 인연이라는 것이 참으로 묘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수사가 결정되고 서울구치소에 가게 된 시각, 그곳에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김기춘 전 비서실장, 최순실 등이 함께 있었다. 청와대의 인연이 그대로 서울구치소로 옮겨온, 비슷한 운명을 누리는 동업중생인 것이다.
우리는 인연 속에서 왔다가 인연을 지으며 살다가 간다. 부처님께서 “인연을 아는 것이 불법을 아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주변 사람들을 한번 돌아보자. 어떤 사람과 영생을 함께할 것이며, 어떤 사람이 자기를 진급으로 이끌 것인지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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