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소태산 작은영화제’ 여는 유동종 다큐멘터리 감독
취재. 정은구 기자 

그는 본래 가톨릭 신자다.
그런 그가 매주 공부모임을 통해 원불교를 배우고, 100주년 기념행사들을 비롯해 구석구석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영상으로 촬영해오길 3년. “제가 취재하면서 공부, 훈련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참 정겹고 좋아요. 그런 것들을 보고, 촬영하면서 행복했어요. 지금도 행복한 중이에요.” ‘소태산 작은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는 유동종 다큐멘터리 감독(심학산 필름,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이야기다.
다큐멘터리, 영상앨범, 애니메이션, 대담, VR체험…. 소태산 작은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다. 그리고 그 중 일곱 작품이 바로 그가 선보이는 것. “저의 작품 중 ‘네가 그 봄꽃 소식해라’, ‘백년의 유산’은 각각 세 개의 20~30분짜리 에피소드로 나눠져 있어요. 그리고 100분짜리 ‘스페셜 에디션’이 있고요.”
‘네가 그 봄꽃 소식해라’는 이철수 화백의 대종경 판화전 당시 작업과정부터 전시회까지 따라다니며 찍은 에피소드와 작품에 대한 화백의 설명까지 담아낸 다큐멘터리이자, 원불교와의 인연을 처음 맺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판화 내용이 너무 좋아서, 누가 이거 다큐멘터리로 안 만드냐고 이철수 화백에게 물어봤죠. 그 말로 결국 원불교와 인연이 된 거예요.” 때마침 원불교 100주년과 맞물려서 구석구석을 쫓아다니게 되었다는 그. 그러나 곧장 작업에 들어가려던 것은 아니었다는데….
“원불교 초기사 공부모임에 참여해서 함께 공부를 하면서 준비를 하고 있었죠. 근데 대종사 친견제자들이 살아있다는 거예요. 그 사람들의 동영상 기록을 보려고 했는데 없더라고요. 그걸 알게 되니 초조해졌죠.” 결국 공부를 하던 도중에 촬영을 시작했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백년의 유산-11제자의 증언’이었다고. “백여 년 전에 이런 분이 있었다는 게 너무나 놀라워요. 그래서 내레이션 없이, 친견한 제자들의 입을 통해서 그분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거기에 성주삼동연수원과 영산성지고등학교 강민구 선생의 이야기까지가 ‘백년의 유산’ 안에 담긴 세 개의 내용이라고. 하지만 더욱 눈길을 끄는 작품이 있으니 바로 ‘스페셜 에디션’. 백낙청 교수와의 대담을 담아낸 100분짜리 영상이다. “특히 교무님들은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신랄한 비판도 담겨있는데, 거의 편집하지 않았거든요.” 영화제이기 때문에 선보일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웃는 그다.
“저 외에도 네 분의 감독님이 참여해주셨어요. 뜻밖에도 여러 인연들이 도와주신 덕분에 천군만마의 힘을 얻은 거죠.” 사실 영화제를 열겠다는 결정을 내린 건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본래 이도하 교무와 함께 대종사를 역사적 인물로 조명한 다큐멘터리 3부작을 만들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위해 지상파 방송국에 공모를 했어요.” 대종사가 역사적으로도 충분히 재평가를 받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교도님들에게 물어봤어요. ‘원불교의 색깔이 뭔가요?’라고요. 그랬더니 많은 분들이 생명과 소통을 말하더라고요.” 그렇게 영화제의 주제는 ‘생명과 소통’이 되었다. “저는 가톨릭 신자지만 원불교와 같은 진리를 추구한다고 생각해요.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지혜도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러니까 관객분들도 종교라는 카테고리에 얽매여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웃종교인들도 초대해 함께 그 가치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란다. “이번 영화제에는 이웃종교의 영상 콘텐츠를 넣지 못했어요. 하지만 2회나 3회 때는 이웃종교의 코너를 꼭 넣고 싶어요.” 그 속에는 ‘소태산 작은영화제’가 앞으로도 쭉 이어져서, 모든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이 묻어난다.
다큐멘터리 전문 PD로 살아온 지 30년. 끝까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다양한 소재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요?’라는 되물음을 던져왔다는 그. “자성이라는 게 원불교에서만 이야기하는 건 아니잖아요? 이게 나의 마음인가? 그런 것들이 항상 화두였던 거죠. 영화제에 오셔서 시간낭비라는 생각은 안했으면 좋겠어요. 그 좋은 날 시간 내서 오셨는데 ‘뭐야?’ 이러면 안 되잖아요. 열심히 밥상을 차렸어요.”
다섯 명의 감독이 참여한 원불교 개교백주년 기념 ‘소태산 작은영화제’는 4월 28일부터 30일까지 원광대학교 60주년 기념관 아트스페이스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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