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숭모(崇慕)할 정신

글. 이도봉 원불교 중앙교의회 의장

엄동(嚴冬)의 추위는 다 지나고, 산하대지에는 눈에 보이진 않지만 연초록의 봄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햇살도 유난히 따스한 오후입니다.
오늘 퇴임을 맞이하신 서른네 분의 전무출신 스승님들께 진심으로 축하를 드리며 마음의 꽃다발을 올립니다. 여러분 다시 한 번 축하의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제가 금년에 칠십이 되었습니다. 이제 나이 가지고는 어디가도 안 꿇릴 정도는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 자리에 교무님들과 함께 퇴임의 축하를 받고 싶습니다만, 출가와 재가라는 출신 때문에 함께 한 자리에서 복을 받을 수 없으니 개인적으로 아쉽게 생각합니다. 내생에는 한번 두고 봅시다. (내생에 제가 교무님이 되면, 오늘 퇴임하시는 교무님들 전부 부교무로 쓰겠습니다.)
고대 로마 제국의 정치인이며 후기 스토아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 세네카는 그의 인생론에서 “인생의 길이는 햇수가 아니라 얼마나 유용하게 시간을 사용하느냐, 그것이 중요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인간이 인간다운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올바른 이성과 유일의 선인 덕을 목적으로, 시간을 배분하는 지혜로, 앞선 선각자의 철학과 사상을 공유하며 닮아가려 하는 행동일 것입니다.
오늘 퇴임하시는 교무님들의 삶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려 하고 안일을 추구하느라 모든 생각과 의식이 집중되어 있는데, 퇴임자 여러분들께서는 자신이 아닌 만중생을 위한 거룩한 삶을 가꾸셨으니 저희 모두 다시 한 번 성자의 혼을 되새기며 존경의 절을 올립니다.
성직은 누가 맡긴 직이 아니고 스스로 맡은 천직입니다. 그 성직의 강을 건너실 때, 얼마나 수많은, 말 못할 어려움이 많았겠습니까. 함지사지(陷地死地)를 가리지 않으시고 수화불피(水火不避)의 정신으로 일생을 교단에 헌신하셨으니 그 공덕은 말로 다 형언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오늘 중앙교의회 의장으로서, 또한 재가 교도를 대표하여 한없는 존경심과 사무치는 감사의 마음으로 때론 고달프고 힘겨웠던 삶에 위로를 드리며 아낌없는 찬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이제 우리 교단은 새로운 백 년, 원불교 2세기의 새 하늘을 열었습니다. 성스러운 새 역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설렙니다! 할 일이 많습니다. 그러나 일은 더욱 많아지고 인재는 부족한 상황이기에 오늘의 퇴임식은 더더욱 아쉬움이 많습니다. 스승님들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일생에 天, 地, 人 三才가 감동하고 우리 후진들이 영원히 숭모(崇慕)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내가 너희를 찾기를 바라지 말고, 너희가 나를 찾아야 한다.” 이 말씀을 들으면 언제나 짠한 마음입니다.
대종사님께서 찾아주신 우리, 여기 이렇게 의연히 앉아 있기에 우리 교단은 누만대에 길이 빛날 교단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가 대종사님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불민하여 다하지 못한 미진한 일들을 진심으로 참회하며 그토록 염원하시는 낙원세계 구현에 정성 다할 것을 성령전에 다짐하여야 할 것입니다.
오늘 퇴임하시는 스승님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휴휴암에서 마음의 짐 내려놓으시고 후진들에게 바른 깨달음 주시옵고, 가없는 기도로 교단 2세기의 새로운 길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아낌없는 축하와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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