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는 치킨 먹어도 됨
젊은 교화 길라잡이 조창순 운영자

취재. 정은구 기자

“과원회 홍보 포스터를 만들 때, ‘원불교는 고기 먹어도 됨’이라고 썼었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페이스북 페이지 ‘원불교는 치킨 먹어도 됨(이하 원치됨)’을 운영하는 조창순 씨(카이스트 연구원, 둔산교당, 법명 세웅, 30세)의 설명. 그나마도 페이지를 개설할 때는 ‘연고 없이 사육을 먹지 말라’는 계문을 어기지 않기 위해 고기를 치킨으로 바꿔서 이름 붙였단다. 단순명쾌한 이름의 탄생 비화를 읊어주는 그의 얼굴에 멋쩍은 미소가 떠오른다. “저도 이게 이렇게 인기가 많아질 줄은 몰랐죠.”

청소년 교화의 대문
페이지를 운영한 지도 어느덧 4년째, ‘좋아요’를 누른 사람만 5만 명 이상.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로 시작하게 된 ‘원치됨’은, 이제 원불교를 알기 쉽게 홍보해주는 페이스북 대표 인기페이지가 되었다. “어릴 적엔 원불교를 설명할 자신이 없어서 종교 이야기가 나오면 얼버무리곤 했어요.” 경계, 마음공부, 법신불 일원상…. 교당에서 우리끼리 쓰는 단어들을 사회에서 쓰는 언어로 해석해줘야 소통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는 그. “페이스북을 하다보니까 광고들이 계속 올라오더라고요. 원불교도 이런 광고를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다른 종교는 몰라서 안 가는 게 아닌데, 원불교는 몰라서 안 오잖아요. 무슨 이야기를 해도 새로운 이야기니까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겠다 싶었죠.”
처음 페이지를 개설할 때만 해도, 주변에서 ‘좋아요 숫자가 천 개를 넘는 게 아니냐?’는 너스레를 농담으로 받아쳤다. “천 개는 가당찮은 소리고, 백 개만 받았으면 좋겠다 싶었죠. 그런데 첫 게시물이 생각보다 인기가 너무 좋았어요. 물론 악플도 많이 달려요. 하지만 악플도 뭘 알아야 잘 달 수 있는데, 원불교는 잘 모르기 때문에 수준 높은 악플을 달 수가 없거든요.” 소위 ‘생떼’ 수준의 악플이다 보니 오히려 관심을 집중시키더라는 것. “그러면 보통은 교도가 아닌 제3자들이 원불교 편을 들어줘요. 참 좋죠.”
또한 ‘치킨조리실’이라는 이름의 비공개 그룹은 원치됨을 후원하는 후원자들의 모임. 조 운영자의 사비를 비롯해 후원자들의 정기적·비정기적 후원으로 광고비가 충당된다. 게다가 백년성업회의 지원 사업으로 선정되기도 해서, 활발할 때는 하루에도 수천 명의 사람들이 게시물을 읽었단다. 특히나 페이지 게시물을 본 사람들이 ‘교당을 나가보고 싶다.’며 문의를 해오기 일쑤라는데…. “원불교를 어떻게 접해야 하는지 모르니까, 궁금한 게 생기면 ‘원치됨 페이지’에 물어보는 거예요. 교당 문의 외에도 다양한 정보가 필요하면 관련된 교무님을 연결해주죠.” 게시물을 이용하는 연령대를 살펴보면 24세 미만의 사람들이 90%를 차지한다니, 청소년들에게 원불교의 대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법연의 끈 잇기

“2학년 때 과원회 회장을 맡고 원불교대학생연합회(이하 원대연) 활동도 시작했어요. 선방도 그때 처음 가보고요.” ‘이 정도로 홍보했으면 학교에 원불교 동아리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겠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활동을 했다는 그. 하지만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서 고민이 많았단다. “저와 같은 고민을 공유하고 위로받은 게 원대연이었던 거 같아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준 거죠.” 그렇게 의기투합했던 선·후배, 동기들과 대학 졸업 후에도 만남을 이어갔다. 그러던 중 활동을 열심히 했던 친구들이 막상 졸업을 하고 교당을 나가지 못한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새로운 교당에서 적응하는 것이 부담이고, 먹고 사는 문제로 바쁘고…. 다양한 이유를 들으며 ‘법연의 끈이라도 이어가야 돌아올 여지가 생기겠다.’ 싶었다는 그. 그는 그렇게 온라인 교화단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게 되었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모여 ‘행아웃 교화단’이라는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SNS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는 그의 열정이 신기하기만 할 따름!
“대학교 동아리방을 지키고, 열심히 활동했던 경험 덕분에 강하게 클 수 있었던 거 같아요. 그리고 다른 친구들도 이런 부분에 대해 갈증이 많았으니까요. 대종사님은 출·재가 누구나 주인이 될 수 있게 만들어주셨잖아요.”
작게는 내가 마음 쓰는 법, 크게는 삶의 목적까지 생각할 수 있는 법문 말씀들. 그는 시민선방이나 새삶회 활동, 행아웃 교화단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삶이 바뀌고 있음을 체험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청년들이 무엇을 얻어가고 있는지 잘 챙겨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출가자가 줄어든 만큼 청년교도도 줄어들었어요. 사람이 없는데 교무님이 배출될 수는 없잖아요.”
청년들은 단순히 숫자의 대상이 아니라는 그. 청년들의 갑갑한 숨을 원불교 교법으로 틔워주는 방법, 그에게서 찾아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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