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지만 머물지 않고 차근차근 나이테를 쌓아가다

취재. 김아영 기자 

법회가 끝나자, 소법당은 교도들의 티타임 장소로 변한다. 한쪽에선 이번 주 요가교실에서 배운 요가동작이 한참이고, 또 한쪽에선 마음공부 이야기로 담소 중이다. 교당 마당도 아이들의 술래잡기 놀이터가 된 지 오래다. 구석구석 교도들의 웃음과 이야기소리 가득한 이곳, 금산교당(교무 김명정) 60년의 힘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됐다.

이야깃거리 많은 교당
“바로 화합이죠.” 송만덕 교도회장뿐만 아니라 교도들이 일등으로 꼽는 교당자랑은 화합. 화목한 분위기도 여기에 빠질 수 없다. “60년 역사만큼 함께한 일들이 많아요. 우리는 농사도 지었는 걸요.” 파 농사부터 시작해 고구마, 양파, 딸기 등등. 새벽에 나가 농작물을 수확하고 판매하기까지, 모든 교도들이 함께였단다. 어디 이뿐인가. “금산인삼축제에서는 열흘 동안 은혜식당을 열어요. 9년째 하고 있는 국수나눔도 있지요.” “어휴~ 그때 정말 고생했지.”라고 말하면서도, 얼굴엔 미소가 가득한 교도들. 많은 일들 속엔 당연히 터덕거림 또한 있었을 터인데, 이들은 사업을 진행하며 쌓인 건 추억만이 아니라 말한다. 
“대종사님이 엿장사를 하던 초창기 정신을 떠올렸어요. 대종사님이 몸소 그 정신을 보여주셨잖아요. 그게 바로 공부고 우리가 실천해야 할 정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돈으로만 계산했다면 결코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교도들. 그렇기에 일의 중심을 이루던 교도들이 원로가 되면 그 후진이 일을 맡아 진행하고, 또 그 후진들이 대를 이었다. 10년 사이에 봉공회 자산을 1억 이상 모을 수 있었던 건 이런 이유 덕분. 추억만큼 경계를 헤쳐나갈 수 있는 지혜가 쌓이고, 화합할 수 있는 신심이 깊어진 것이다.
게다가 봉공 수익금을 장학회와 불우이웃후원 등 지역사회에 희사해오면서 교화가 어렵다는 충청도에서 원불교의 인지도도 꽤나 두텁게 쌓았다. 느리지만 머물지 않고, 그렇게 차근차근 교당의 나이테를 만들어 온 것이다.
“4월에는 어린이, 학생, 청년, 일반교도가 함께 만나는 ‘다모임법회’도 있고 은혜나눔행사도 있어서 일이 많지만, 함께하면 즐겁고 재밌게 해나갈 수 있어요. 교당일은 언제나 신나고 재밌거든요.”

두근두근, 체득법회
요즘, 교도들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일이 있다. 그건 바로 코앞으로 다가온 체득법문 법회. “올해부터 ‘좋아, 체득법문’ 법회를 시작했어요. 돌아가면서 공부담을 발표하는 건데, 날짜가 다가올수록 떨리네요.” 하지만 이런 엄살(?)과는 달리 열심히 준비 중인 교도들. 이것이 곧 공부기회인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매주 교도가 중심이 되어 사회와 법어봉독, 기도를 하는 것 역시 그렇다.
“교도님들의 마음관리를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공부와 사업이 파도치듯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 게 저의 역할이라 생각했지요.” 훈련과 교리 강습, 기도를 촘촘히 준비해 교도들이 공부와 교당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한 김명정 교무. 점검표와 상시일기로 공부를 다지고, 다양한 나눔행사로 봉공도 잊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교도들은 마음의 힘이 커지게 된 것. 전·후반기에 이뤄지는 50일 기도에도 20여 명의 교도들이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솔직히 발표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그만큼 기대도 되는 것이 사실이에요. 1주일만 해볼까 했던 공부가 한 달이 되고 5년이 되었거든요. 하면 할수록 재미있답니다.”
앞으로 김 교무의 목표는 교도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려 책임지고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교도들은 “당분간 이 두근거림이 계속 될 것 같다.”며 웃는다.

교당의 꿈나무
“앞으로 청소년들이 교당에서 더 많은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요.” 금산교당 역시 청소년 교화에 대해 고민이 많다. 하지만 모든 일에 그래왔듯, 서두르지 않고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나갈 생각이다. “다행히 교당에서 운영하는 금산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의 마음씨가 쑥쑥 자라고 있어요. 어린이집 졸업 후 법회 참석으로도 이어져서 어린이법회가 시끌벅적 하지요.” 3월부터는 학교에서 요가수업도 진행 중이라는데…. 아직 첫 발이지만 아이들의 마음밭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나갈 예정이다.
“지금처럼만요. 이제껏 그래왔듯 훈훈하고 정을 나누는 교당이라면 누구나 오고 싶은 교당이 되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그렇게 함께 살아가야죠.”  | 금산교당 041)751-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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