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의 봄 풍경

글. 이이원

이야기 하나.
영산에 봄이 오면 구수산 자락엔 진달래꽃이 점점이 박히고, 산 벚꽃이 듬성듬성 흐드러지게 피어나고, 춘란의 꽃 대궁도 살이 차오른다. 소태산은 깨달음을 얻기 전인 대입정(大入定)의 시기에 온 동네 사람들의 비아냥거림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폐인 취급을 당했다. 농사일은 고사하고 자기 몸마저 가누지 못할 정도로 온몸에 종기가 나고, 걸음마저 못 걸을 만큼 병세가 심하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양하운 대사모의 마음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대사모는 대종사의 대입정 시기 3년 동안 뒤란에 정화수를 떠놓고, 오직 남편의 건강과 소원성취를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하는 일을 쉬지 않았다. 보통의 부부라면 서로 원망과 불평으로 싸움이 끊이질 않았겠으나, 남편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천하 만물 다스리는 귀인이 되게 하시고, 복이 무쇠방석 되게 하여주시옵소서.”
기도하는 방법도 몰랐고 무엇을 어떻게 빌어야 하는지도 몰랐지만 어머니들이 그랬던 것처럼 장독대에 물 한 그릇을 떠놓고, 천지신명께 손금이 닳도록 빌고 빌며 동서남북 사방으로 절하는 일을 쉬지 않았던 것이다.
남편과 아내, 부모와 자녀 등 가까운 인연의 소망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대사모의 간절한 기도가 스민 영산의 봄꽃들은 지금도 색과 향이 더 진하며, 신록의 빛깔은 더 선명하다. 올 봄엔 꼭 영산의 봄 풍경에 취해 봐야지.

이야기 둘.
원불교 성지엔 자원봉사 하는 분들이 참 많다. 농사를 짓기도 하고 제초작업을 하는 등, 사소해 보이지만 빠지면 안 되는 일들을 담당하는 분들이다. 우아교당의 교산 문인견 교도도 영산성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었다. 공무원으로 바삐 살았던 일상도 돌아보고 심신을 추스르는 기도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였다. 좌선을 마치고 영산성지의 곳곳을 거닐다 보면 문득 멈추어 선 곳마다 저절로 손이 모아지고, 간절한 기도가 샘솟는 경험을 매일매일 하곤 했다. 평범한 시골마을 같은 그곳에 맑고 맑은 영성이 갊아 있음을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어느 날 그는 교당에 와 교무님께 수줍은 고백을 하였다.
“영산에선 절대 죄를 지을 수가 없어요. 곳곳에 스승님들의 얼이 서려있고 저절로 합장하고 기도하며 손을 올려야 하니 삿된 마음과 죄짓는 마음이 나오지 않더군요.”
기도의 마음이 간절했기에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어쩌면 소태산과 역대 스승들의 부르심은 아니었을까. 올 봄엔 꼭 순례의 길을 떠나 기도해야지. 아! 그리워라. 영산성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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