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선물이 아니에요~!

나에게는 세 돌이 조금 못 된 사돈총각이 있다.
우리 올케가 설에 옷을 한 벌 사 줬는데, 사돈총각이 다음날 잔뜩 뿔이 난 얼굴로 다가와서는 “고모는 선물도 안 사주고~ 미워요!”라고 하더란다. 올케가 “어제 옷 사줬잖아~!” 했더니 “옷은 선물이 아니에요~. 장난감이 선물이에요!”라며 온 식구를 웃게 만들고, 결국은 장난감을 얻어냈다고 한다.?세 살짜리 남자아이 눈에는 오직 장난감만이 ‘선물’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귀한 물건이었나 보다.
나는 화분 키우기를 참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마음에 비해 키우는 실력은 그다지 좋지 않다. 새 부임지의?숙소가 볕이 잘 들어 이번에는 잘해보리라 굳은 결심을 하고 다육이와 선인장 화분 몇 개를 들여놓았다. 통풍을 잘 시켜주고, 볕을 많이 쐬어주고, 물은 아주 가끔씩 주면서 매일 상태를 체크하던 어느 날 ‘옵투사’라는 녀석의 색이 벌겋게 변하고 쪼글쪼글해져 있었다. ‘다육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다 해줬는데 왜 아플까….’ 걱정이 되어 검색을 해보았더니 옵투사는 직사광선에 약한 아이라 빛을 많이 받으면 색이 변한다고 했다. 옵투사를 들여와 그늘에 두고 저면관수로 물을 흠뻑 주었더니 다시 싱그러운 초록색으로 통통하게 물이 올랐다.
흔히 많이 하는 실수 가운데 하나가 ‘내가 해주고 싶은대로 해놓고 상대방이 좋아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닐까. 세 살 된 어린이에게는 옷보다 장난감이 더 좋고, 옵투사에게는 햇빛보다 그늘이 더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맞춤불공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내 기준에 맞춰 공들여놓고 불공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특히나 청소년교화에서 중요한 것이 ‘맞춤형 불공’과 ‘맞춤형 교화’다. 세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야 상식선에서 내 일을 미루어보아 짐작이 가능하지만, 세대가 동떨어진 사람끼리는 아무리 미루어 짐작한다 하더라도 맞추기가 어렵다. 옛 유행가 가사 중에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고 했던가. 청소년들 중에서는 자기들 눈높이에 맞추려 애쓰는 교무님들이 못내 안쓰러워 마지못해 맞춰주는 아이들도 없지 않다.
갈수록 시대와 문화가 달라져서 ‘텔레토비’를 좋아하던 어린이들은 오간데 없고, ‘로보카 폴리’나 ‘또봇’도 벌써 한물간 캐릭터가 되었다. 학교 교육과정은 너무나 자주 변화하고 입시제도 또한 너무나 복잡하다. 청소년에게 ‘맞춤형 불공’을 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에 대해 공부해야 하기에 청소년교화자의 눈과 귀는 더더욱 바쁘다. 치열하게 청소년을 알아야 ‘반드시 성공하는 불공’이 된다.
그들이 ‘우리 교단의 미래’라는 건 불변의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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