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분위기가 심상찮다.
내우외환 격이다. 안으로는 재가교도들의 적체된 불만이 들끓어 오르고, 밖으로는 성주성지 인근 사드 배치가 교단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금 교단은 좀처럼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이다.
원불교 100년을 빛낸 기념대회가 채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 환희마저 한갓 봄날의 꿈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견들은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재가들은 출가들을 믿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이고, 출가는 재가들의 이견을 감당하지 못해 그냥 방관하듯 출가들끼리 문제를 안고간다. 어디 그뿐인가? 출가들마저도 서로 간 불신의 늪을 만들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처럼 침묵 속에 담아 끓이고만 있다. 교화가 그렇고, 사드가 그렇고, 치바법인이 그렇고, 매사가 그렇다.
소통을 하자면서 일방적 불통을 요구하고, 지혜를 모으자면서 고집을 부리고, 투명한 걸 요구하면서 은밀하게 작당하고, 대화하자고 하면서 호통을 친다면 답은 없다. 그럼 우리에게 과연 해결책이 있는 걸까?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한 해 앞둔 원기 100년 11월, 경산 종법사의 출가교화단 총단회 법문을 상기한다.
“100년 성업까지는 이런 저런 시비를 다 놓고 힘을 합칩시다. 그 이후에는 정말로 계급장 떼고 평등한 입장에서 교단 2세기를 어떻게 개척해나갈 것인지 이야기를 나눕시다.”
그렇게 2세기가 시작됐다. 아직도 길은 요원하다. 아니 당분간은 또 더 캄캄한 밤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이왕지사 그렇다면, ‘수시로 다양한 방식’의 대토론 장을 열어 정말 계급장 떼고 각자의 논리를 펴며 새벽을 기다리는 게 새로운 희망의 지혜 아니겠는가. 아니면 각자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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