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몸비시대에 현명하게 교화하기
박화영

얼마 전 청소년교화박람회에서 교육을 받던 중, 법회에 오는 아이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주제가 이야기 거리에 올랐다. 한 후배교무는 현장에서의 고충을 토로하며, “‘집에서는 엄마가 스마트폰을 못 쓰게 하니까 교당에서라도 좀 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에게서 차마 스마트폰을 빼앗지 못하겠더라고요.”라고 했다.
최근 국내에 ‘포켓몬 고’라는 스마트폰용 증강현실게임이 정식 출시되면서 길 위에서 휴대폰을 뚫어져라 보며 다니는 ‘스몸비’들이 부쩍 많아졌다. ‘스몸비’는 스마트폰(Smartphone)과 좀비(Zombie)의 합성어로,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서 주변의 다른 것들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걸어 다녀 마치 공포영화의 좀비와 같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실제로 전 세계가 스몸비로 인한 각종 사고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교통기후환경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스마트폰 사용자의 33%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동안에도 26%는 스마트폰을 계속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가 점점 심각해져 간다는 증거이다.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의 편리성과 재미에 빠져버린 사람들, 특히 아이들에게서 스마트폰을 아예 떼어놓기란 정말 힘든 일이다. 집에서는 못하니까 교당에서라도 실컷 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마냥 스마트폰만 하게 내버려 둘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법회에 오는 아이들과의 스마트폰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답은 늘 교전에 있다. 우리의 사명은 물질을 사용하여야 할 사람의 정신을 개벽시켜 낙원으로 인도하는 데 있지 않은가. 아이들과 떼어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이라면, 보다 잘 활용하는 법을 즐겁게 알려주면 된다. 법회프로그램에 스마트폰 사용시간을 할애해주면 어떨까? 사용 전에 일단 멈춤하는 유무념 공부를 시켜보면 어떨까? 길거리에서 스마트폰 꺼내지 않기 숙제를 내주는 건 어떨까?
아이들에게?“무조건 안 돼!”라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자각을 통해 자기 주도적으로 물질을 선용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말이다.
경계 대상인 스마트폰을 법회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보자. 뭔가 답이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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