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의 지혜| 노태형

겨울은 그리 쉬이 물러날 놈이 아닙니다.
매년 그렇듯 하얀 입김을 내뿜으면서 시샘을 반복하죠. 간혹 봄꽃 위에 하얀 눈을 뿌려 세상을 엎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겨울은 모릅니다. 그렇게 열을 내고 달려들었기에 따듯한 봄이 온다는 걸요. 만약 겨울이 조금 더 현명했다면, 결코 열을 내는 일은 없을 겁니다. 가만히 냉소만 퍼붓고 있겠죠. 그러면 아마 대지의 겨울은 길디길게 이어질 겁니다.
참 다행이죠. 그 겨울의 뜨거움 때문에 꽃이 피고 대지가 열리는 것이요. 아마 겨울은 알 겁니다. 그냥 물러나기가 아까워서 그런 게 아니라, 살랑살랑 거리는 봄이 미워서 그런 게 아니라, 속정 깊은 매몰찬 어머니처럼 그렇게라도 내질러야 봄이 더 강해진다는 걸요. 그렇게 차가운 지혜를 가진 겨울이 있어 세상은 늘 더 강해지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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