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한 번의 재

천도재를 통해 응원을 해주는 것이죠.
잘되라고 박수를 치고, 환호해주고.

취재. 정은구 기자

이수진 원로교무가 유성교당에 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법회를 마쳤는데 70세가 넘은 교도가 이 원로교무를 급하게 찾았다. “큰일이 생겼다.”는 교도의 말에 연유를 물었더니 교도 친구의 아들 부부 사연이었다. 그 아들 부부가 다른 지인들과 야유회를 갔는데, 놀던 아들이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졌던 것. 함께 간 일행들은 이곳저곳을 찾아 헤매다가 근방의 길에 쓰러져 있는 아들을 발견했다. 아들이 갑작스럽게 죽어버린 것이다. 겨우 30대인 아들이 갑작스럽게 생을 마감했으니, 안쓰러운 마음에 재를 지내주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였다.
그 길로 이 원로교무는 교무와 함께 경종 등을 챙겨서 알지도 못하는 집을 찾아갔다. 초상 중인 집에 도착한 교도가 “우리 교무님이 아들 좋은 데로 가게 기도해주시려고 한다.”고 말하자 친구는 감사하다며 좋아했다. 그런데 남편을 잃은 며느리가 대번에 안 된다고 퇴짜를 놓았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악이 받친 며느리는 재를 지내지 말고 가라며 화를 냈다. 결국 이 원로교무는 알겠다며 몸을 돌려야 했다.
이후 그 일을 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교당 대문 앞에서 한 여성이 서성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녀는 “여기 교무님이시냐? 제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다.”며 말을 걸어왔다. 교당에 데리고 들어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예전에 재를 지내지 말라고 퇴짜를 놓았던 그 며느리였다. 며느리는 “그때 너무 감정이 북받쳐서 그랬다. 내일이 남편 49재인데 그것만이라도 지내주실 수 있겠느냐?”고 요청했다.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지만 이 원로교무는 법당을 정성스럽게 꾸몄고, 그렇게 딱 한 번의 재를 지내게 되었다. 당시 유성교당은 초창기라 서너 명의 교도와 근근히 살림을 꾸리며 형편이 어려울 때였다. 그런데 며느리의 요청대로 재를 지내주고 나니, 신기하게도 재를 지내달라는 요청이 계속 들어오기 시작했다.
“스스로가 죽음을 허락해야 돼요. 갑작스럽게 죽으면, 인정을 못하고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도 모르죠.” 그러니 자신이 살아있는 줄 아는 영가들을 남아 있는 사람들이 잘 인도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영가는 죽음의 세계에서 일생을 돌아보고, 우주의 기운과 합일이 돼요.” 그것이 영가가 49일 동안 영계에 머무르면서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비교도에게나, 하다못해 짐승에게도 성불제중하라고 그러잖아요. 될 사람들에게 그런 소릴 해야지, 진리를 모르는데 너무 남용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요.”
그런데 기도를 하고 인과의 이치를 깨달을수록, 모든 길은 결국 성자가 되는 방향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천도재를 통해 응원을 해주는 것이죠. 잘되라고 박수를 치고, 환호해주고. 이런 것이 천도재예요.”

저작권자 © 월간원광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