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무님 나 똥 다 따떠요~!

글. 박화영

화곡교당에 부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그때 당시 다섯 살이었던 지유가 법회를 보다 말고 나에게 굉장히 애절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교무님 저 화장실 가고 싶어요~.” 나는 법회 중에 이동해도 되냐는 허락을 구하는 질문인줄 알고 “응 그래~. 다녀와~^^.”라고 매우 상냥하게 대답을 했다. 그런데 다섯 살 꼬마숙녀가 매우 부끄러운 표정으로 “저 혼자 못해요….”라고 말했다. 아차! 말은 잘해도 아직은 여러 가지가 미숙한 아이들이라는 걸 간과했던 것이다. “교무님이 몰라서 미안해~. 같이 갔다오자~.”고 얼른 대답을 한 후 다른 아이들을 고학년들에게 맡겨놓고 함께 화장실에 다녀왔다.
그 이후로도 꼬마부처님들과의 화장실 동행은 쉼 없이 이어졌다. 남자아이들이라도 내가 함께 데리고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여자화장실로 들어갈라치면 “여자화장실이라서 안 들어간다.”고 버티는 경우도 많았다. 겨우겨우 달래가며 여자화장실에 데리고 들어가서 옷을 벗기고 앉히고 닦아주고 옷 입히고…. 그 와중에도 각자의 취향들이 있는 터라 자기가 볼일을 다 볼 때까지 옆에 있어 달라는 녀석, 창피하니까 문 닫고 나가 있으라는 녀석, 무서우니까 문 밖에서 노래를 불러달라는 녀석 등등 요구사항도 가지가지다.
아직은 교무님이 낯설었던 주하는 화장실이 가고 싶으면 꼭 할머니를 찾았다. 어느날은 내가 “교무님하고 같이 가도 돼~. 할머니 공부하고 계시니까 교무님이랑 같이 가자~.”고 했더니 굉장히 못미더운 눈치를 보내면서도, 일단은 급한 걸 처리하기 위해 마지 못해 따라나섰다. “교무님 문 앞에 있을 테니까 끝나면 불러~.”라고 하고 기다리고 있었더니, 한참이 지나 화장실 안에서 아주 우렁찬 소리가 들려온다. “교무니~~임, 나 똥! 다! 따떠요(쌌어요)~~!!”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 다르고 나올 때 마음 다르다더니, 미적미적 못 미더운 마음으로 들어갈 땐 언제고 저렇듯 당당하게 나를 부르는 것이다.
? 수없이 똥꼬를 닦아줬던 녀석들이 어느새 훌쩍 자라 점점 내 손을 필요로 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초등학교 일 학년 때까지도 혼자서는 뒤처리를 잘 못했던 지유가 이제는 화장실에서 큰일을 보고 나오면서 “냄새나니까 지금 들어가지 마세요!” 하며 부끄러워 할 줄 알만큼 커버렸다.
‘똥’ 이야기를 쓰려고 마음먹었다가 ‘혹시나 더럽게 똥 이야기 쓴다고 뭐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이내 ‘내가 우리 아이들 똥을 닦아주며 한 번도 더럽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그게 어떻게 더러운 이야기가 되겠나.’ 싶어 당당하게 글로 적어 본다.?나를 향해 당당하게 들이밀던 아이들의 그 사랑스럽던 엉덩이들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지금도 화장실 한쪽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릴 것만 같다. “교무님~ 나 똥 다 따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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