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공들일 뿐!

글. 이이원

이야기 하나.
핸드폰에 번호가 저장되어 있는 교도님들께 법문과 감각감상, 심신작용처리의 공부거리를 문자로 보내드리고 있다. 메아리 없는 외침일 때가 많지만 내 마음의 기도를 담아 보내드리는 일이다. 얼굴을 아는 교도님이나 모르는 누군가를 생각하며 보낼 때의 행복이 참 좋다. 그러던 어느 날 답문자 하나가 왔다. ‘교무’라는 호칭을 몰랐던 그분은 나를 ‘교당님’이라고 불렀다.
“저를 어떻게 아시나요? 잘못 보내신 것 같은데요.”
전화번호를 잘못 저장하여 그동안 문자가 엉뚱한 사람에게 배달된 것이다. 
“죄송합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이젠 보내지 않겠습니다.”
이런 답문자를 보내자, ‘저를 위해 기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계속 보내주세요.’라고 하여 지금까지 인연을 계속하고 있다. 호칭도 ‘교당님’에서 ‘교무님’으로 바뀌었다. “교무님께 문자를 받는다.”고 친구에게 얘기했더니 마침 원불교학생회를 다니던 친구여서, 교당에 함께 가보자는 권유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니 기도가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잘못 보낸 문자가 아름다운 인연으로 이어진 기쁨. 난 오늘도 잘못된 만남(?)을 꿈꾸며 공을 들이고 있다.

이야기 둘.
무언가 쉬지 않고 10년을 계속하는 건, 대단한 공부심이 아니고는 어려운 일이다. 부산 하단에 살던 양원국 교도는 부처님의 참 뜻을 만나기 위해 10년 동안 <천수경> 10만 독을 다짐하고 매일 새벽 33번씩 봉독했다. 빠짐없이 계속된 <천수경> 10만 독이 끝나갈 무렵, 아내가 자꾸 누군가를 한 번 만나보라고 권했다. “전라도에 생불님이 계신답니다. 그분 제자라는 여자 분 설법이 어찌 좋은지 놀랐네요. 당신도 한 번 들어보세요.”
이타원 장적조 선진이 부산지역에 일원의 법음을 전할 교당을 만들기 위해 노심초사하며, 열심히 불법을 전할 인연을 만나기 위해 기도하던 때였다. 이타원 선진은 불법 공부에 전념하고 있는 양원국 교도에 대한 얘기를 듣고 한 번 만나기를 청했으나 단번에 거절당했다.
“요즘 돌팔이 점쟁이들이 많이 다니며 아는 소리하고 세상 사람들을 유혹하는 일이 많으니 절대 속지 마시오.”
이 뒤에도 여러 차례 간청을 했으나 한결같이 거절하였다. 그러다 ‘그 법을 믿으라는 게 아니고 사람을 한번 만나보라.’는 간청에 마지못해 장적조 선진을 만났다가 감탄을 했다. 그 길로 ‘그분의 스승’을 만나기 위한 여정(旅程)이 시작되었다. 원기 14년 겨울 동선에 참석하여 소태산 대종사님을 뵌 양원국 교도는 오체투지로 인사를 올린 후 환희와 감격에 눈물을 쏟았다. 양원국 교도는 오랜 수행 끝에 새 회상 원불교를 만나고 새 부처님 대종사님을 만나 뵈었다고 기뻐하였다.
무언가를 작정하고 10년을 계속해나가는 일.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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