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좋은 장난감

‘제대로 된 장난감’으로 ‘잘’ 놀 때 ‘잘’ 클 수 있다는 게
나의 평소 생각이다.

글. 박화영


일 년 중 장난감이 가장 많이 팔리는 때는 크리스마스부터 새해까지라고 한다. 얼핏 생각하면 어린이날 무렵에 장난감이 더 많이 팔릴 것 같은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매출이 더 높다니…. 어린이 날에는 ‘부모님’이 선물을 주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주기 때문에 인심이 더 후해서일까? 어찌됐든, 장난감의 계절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장난감을 사 주는 것이 좋을까?
장난감의 본래 목적은 아이들이 ‘잘 놀게’ 하는 데 있다. 그런데 그렇게 수많은 장난감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은 잘 놀 줄을 모른다. 산만하고 집중을 잘못하는 아이들이 많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이들을 둘러싼 자극이 너무 빠르고 복잡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일전에 없었던 스마트폰과 영상이 한 몫을 하기도 하고, 장난감이나 책마저도 평범하지 않고 너무 많은 소리와 형태의 변화를 주다보니, 정적으로 가만히 있는 사물들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지지 못하는 것 같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을 반영하자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장난감’이 가장 좋은 장난감이다. 정해진 놀이 방법이 너무 확실하거나, 소리나 리액션이 너무 강렬해서 그 외에 다른 기능으로 놀 수 없는 장난감들, 또는 학습의 기능이 있어서 무언가를 만들고 완성해야하는 종류의 장난감들은 아이들조차 금세 싫증을 낸다. 심지어 블럭도 예시가 정해져 있으면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창의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진다. 아무 예시 없이 무엇이라도 만들 수 있는 블럭이 낫다. 처음에는 정해진 방법이 없어 난감할 수 있다. 하지만 보통의 장난감에 비해 아이들이 훨씬 오래 가지고 놀고, 여러 가지로 변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가능하면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처음 제시할 때는 특별한 정답이 먼저 주어지지 않도록 권한다. 어떻게 어떤 형태로 완성하라는 그림이나 설명서는 아무래도 치우는 것이 좋다. 정해진 모양대로 완성하는 것은 아이들이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친 후에 진행해도 늦지 않기 때문이다.
보기에 화려한 장난감도 좋고, 때론 아이가 원하는 장난감을 사줄 필요도 있겠지만, 어떤 장난감이 필요하고 도움이 될지 생각할 수 있는 힘이 장난감을 사줄 사람에게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개벽된 물질을 개벽된 정신으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 아닐까?
아이들이 정말 ‘제대로 된 장난감’으로 ‘잘’ 놀 때 ‘잘’ 클 수 있다는 게 나의 평소 생각이다. 무엇보다, 어른들이 장난감 하나를 사줄 때도 ‘정신개벽’은 놓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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