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위에 눌리는 기숙사

“정업을 면할 수는 없지만 없애는 방법이 있어요.
몸부림치며 벗어나려 하지 않고 감수하는 거죠.”

취재. 정은구 기자

정상덕 교무가 전주에서 대학생 기숙사를 운영할 때의 일이다.
기숙사에서 사는 학생 하나가 등교시간을 맞추지 못하기 일쑤라 연유를 물었다. 그는 밤새도록 가위에 눌렸다고 했다. 들어보니 꽤 오랫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위에 눌려서 잠을 못자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정 교무가 학생이 등교한 사이, 학생의 방을 찾아가 보았다. 그 방의 천장 네 귀퉁이에는 꽃이 장식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꽃 중 하나에 검은색의 영가가 앉아 있더라는 것. 정 교무는 영가를 향해 “왜 거기 앉아 있느냐? 애들 자는 방에 와서 왜 이렇게 해코지를 하느냐?”라고 호통을 쳤다.
다음 날, 정 교무는 방에 있던 꽃장식을 다 치우고 박혀 있던 못 등을 빼내서 벽을 깨끗하게 정리했다. 또한 옛날부터 물려 내려오던 물건들을 다 버리고 정리했다. 이후 방에서 천도법문과 성주, 청정주를 외웠다. 그렇게 하고 나니 영가는 사라졌고, 학생은 비로소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그 일이 있고나서, 영가가 대체 왜 그 방에 있었을까 고민을 해봤어요. 그래서 조사를 해봤더니, 그 기숙사가 원래 경찰서장의 사택이었더라고요.” 영가가 경찰서장에게든 다른 부하 경찰에게든 찾아가서 억울한 죽음을 호소하고 싶었던 것. “자신의 사연을 알리고 싶었던 거죠. 그런데 학생들만 있었으니, 학생들에게 억울한 죽음을 호소한 거예요.” 하지만 그러한 사연을 못 알아듣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힘들기만 했던 것이다.
그러한 사연을 깨닫게 된 정 교무는 천도재를 지내주기로 했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사람이라면, 억울함을 풀고 천도의 길로 가십시오.’ 그렇게 재를 지내주었어요.” 일념으로 재를 지내고 나니, 기숙사에서는 더 이상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런 일들을 겪으니 천도재에 대한 신념을 가질 수 있게 됐어요. 내 수행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그런 사건을 통해 그 역시 생사 공부를 더욱 진중하게 하는 기회가 되었다.
“정업을 면할 수는 없지만 없애는 방법이 있어요. 몸부림치며 벗어나려 하지 않고 감수하는 거죠.” 내가 먼저 원한을 놔버리고 기도를 열심히 하는 가운데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미처 그렇게 극복하지 못하고 열반을 할 경우엔, 주변 사람들이 영가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한다. “다양한 방법으로 달래줄 수 있겠죠. 천도재나 추모사업 등…. 그런 건 살아있는 사람의 몫이에요.”
모든 것에는 불성이 있고 한 몸이자 한 마음이라는 것을 느낀다는 그. 단지 사람 영혼뿐만 아니라 식물이나 동물, 광물에서까지 그만의 불성이 있으니, 환경운동이나 인권운동, 평화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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