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우리 교무님 해 주세요~


“가지마세요, 교무님. 왜 꼭 가야 되는 거예요?”

글. 박화영

유난히 아이들이 적게 온 어느 법회 날. 근처 햄버거 가게에 데려갔더니 아주 신이 났다. 그러다가 내가 햄버거 한 개를 포장주문 하자 옆에 있던 열 살 지유부처님이 말한다. “이거 남자교무님 가져다 주려고 그러죠?” “어떻게 알았어?” “다 알아요~. 교무님 머리에 쓰여 있어요~.” 꼬마 부처님들도 교무님을 옆에서 오래 지켜보다 보니 교무님 행동 패턴뿐 아니라 마음까지 읽는다. “교무님 오늘 회의(교화협의회)하는 날이라 어제 늦게까지 일해서 피곤하시죠?”라며 어깨를 주물러주는가 하면 “야, 작게 말해~. 교무님이 비오는 날에는 소리가 더 많이 울리니까 조용히 말하라고 하셨단 말이야~.”라며 내 단골멘트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읊어대면서 서로서로를 알아서 챙긴다. 정말 내 머리에 생각이 쓰여 있는지 의심스러우리만큼, 말하지 않아도 척척 잘해내는 아이들은 신통방통이다.
5년을 모신 교감교무님께서 이제 퇴임을 하신다. 연말이 가까워오니 어디서 들었는지 아이들이 자꾸 교무님 어디로 가냐고 묻는다. “응? 교무님이 가긴 어디로가?” “다른 교당으로 가셔야 된다면서요~.” “누가 그래?” “저희도 다 알아요~. 근데 계속 우리 교무님 해주시면 안돼요?” “교무님도 어떻게 될지는 아직 잘 몰라~. 그리고 교무님보다 훨씬 훨씬 좋은 교무님이 오시면 너희도 좋잖아.” “안돼요. 그래도 절대 안돼요~.” 돌부처 같던 학생회원들도 이야기한다. “제 수능기도 해주실 때까지는 어디 가지 마세요~.”
“계속 우리 교무님 해주세요~.”라는 말이 두고두고 마음에 맺힌다. 녀석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가끔은 최선을 다하지 못하고 으레껏 맞이 했던 일이 많이 미안하다. 몇 주째 계속 가지 말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이 너무나 고맙다. 일부 교도님들께서는 우스갯소리로 “어디 가서 시위해야 교무님을 안 보낼 수 있냐?”고 말씀하기도 한다.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들이다.
1년이 됐건 10년이 됐건 정들었던 인연들을 떠나보내는 일은 서로에게 힘든 일이다. 특히나 인사이동이 명확하게 결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정해진 이별을 받아들여야 하기에 더더욱 긴 시간 동안 헤어질 준비를 하게 된다. 전국 곳곳의 일부 교도님들은 우리 교무님이 어디로 가실지, 어떤 교무님이 오실지 아쉬움과 설렘으로 연말을 맞이하고 있을 것 같다. 이동하게 될 교무님들 또한 어떤 인연지에서 어떤 복전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시기일 것이다.
나 또한 어느 곳으로 발령 받아 어떻게 살아갈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오직 진리의 뜻에 따라 인연지로 가야할 우리의 사명. 기쁘게 만나고 기쁘게 헤어질 수 있는 인연이 되어야 할 텐데, 아직 공부가 부족한지 자꾸 아이들이 눈에 밟힌다.
“교무님도 계속 너희 교무님 하고 싶다. 어디로 가든지 너희 교무님 시켜주렴~^^ 우리, 대종사님 법 안에서 오래오래 도반으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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