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고픈 사람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런 삶을 살려고 하거나,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아니다.

글. 강명권

5시에 남구로역, 좌판을 펴기도 전에 사람들이 서 있다. 이번 주는 지난주보다 50개가 더 많은 300개의 떡을 준비했는데도 평소보다 떡이 빨리 떨어졌다.
남구로역의 사람들은 무척이나 바쁘게 움직인다. 떡을 나누어주기 전에는 몇 백 명의 사람들이 있지만 떡을 다 나누어 줄 때 즈음이면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다. 일을 찾아 나간 것이다. 그분들에게 “오늘은 어디 가시느냐?”고 물어보면 “오늘은 좀 멀리 간다.”고 말한다. 일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지만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 숫자가 무려 2000~3000명. 어떤 사람은 목수로, 어떤 사람은 벽돌이나 철근 나르는 일로, 청소하는 일 등으로 어떻게든 일을 해 살아보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서울역 광장을 지나다 보면 길에서 술을 마시거나 누워있는 노숙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그 중 몇몇 분들은 일용직일을 찾아 하는 분들이다. 그분들은 거리 사람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하고, 쪽방이나 찜질방에서 내일을 준비한다.
거리에 사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하지만 일자리가 없다보니 거리의 삶도 길어진다는 것이다.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런 삶을 살려고 하거나, 그런 삶을 살아온 사람들은 아니다.
다시서기센터를 찾아오는 50대 중반의 남성분 이야기이다. 이분은 어릴 때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보육원에서 자랐다.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닌 적 없이 서울로 상경해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공장에서 장기간 근로하며 결혼도 하고 자녀도 낳았다. 하지만 공장의 부도로 하루아침에 쫓겨나고 말았다. 취업을 알아보았으나 자신이 일했던 곳과 사정이 다르지 않았고, 결국 건설일용직으로 생활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허리를 심하게 다쳐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생활고로 부부싸움은 잦아졌고, 부인과 아이들은 결국 그의 곁을 떠나 버렸다. 도움을 요청할 가족도 지인도 없었던 그는 생활비가 떨어지자 거리로 나오게 되었다. 거리 생활을 시작한 지 벌써 5년,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 지 오래지만 지금도 할 수만 있다면 일하고 싶다고 했다.
다시서기센터에서는 2016년 9월까지 320명이 구직자 상담을 해 상용직에
74명이 취업을 하였고, 일용직에는 76명이 취업했다. 구세군 브릿지종합지원센터
에서는 650여 명이 상담을 하고 318명이 취업을 하였다. 하지만 일자리는 적고, 특히나 건강이 취약한 이들에게는 일자리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노숙인들은 한 평짜리라도 편안히 몸을 눕히고 따뜻한 온기가 있는 공간에서 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일자리 구하기는 쉽지 않기에, 오늘도 차가운 땅바닥에 몸을 눕힌다. 그것이 그들의 현실이다.
후원 | 우리은행 1005-202-256361 재단법인 원불교   문의 | 원봉공회 02)823-4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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