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의 의미를 키우는 곳
원광대학교 대학교당

하루의 마지막 강의가 끝난 시간.
몇몇 대학생들의 발걸음이 넓은 잔디밭을 사이에 두고 박물관과 마주 자리한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 3층으로 오른다. 입구에 붙어있던 ‘뭣이 중헌디’라는 오늘의 설교 제목은 그야말로 ‘뭣이 중할까?’라는 궁금증을 절로 유발하는데…. 교내 원불교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 200여 명이 모인 법당. 5개 구역으로 나뉜 교화지의 대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일은 사실 매우 드문 풍경이라 어색하지만 활력이 넘친다. 원광대학교 대학교당(이하 대학교당, 교감교무 나상호)에서 원불교 동아리 합동법회라는 법잔치를 연 것이다.

스며들듯 하나 되는 교화
법회가 시작되고 눈에 띄는 건, 각 동아리별 소개. 자신들의 동아리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소개하는 회장(혹은 임원)들의 자세는 사뭇 진지하다. 학생들을 향해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건네는 나상호 교무의 설법에는 대학생들을 향한 강한 애정이 묻어나기까지 한다. 여기에 이어진 경품추첨과 김성곤 예비교무의 공연 등은 법회 분위기를 더욱 들썩거리게 만드는데….
“사실 합동법회는 1학기 때부터 추진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예요.” 각각 활동하는 교내 원불교 동아리 학생들이 서로의 활동을 공유하면서 연대감을 느끼고 힘을 얻게 하고 싶었다는 게 나 교무의 말. 어쩜, 그 바람이 통했는지 구일로 교우(한문교육학과 2학년)는 “이렇게 많은 원불교 가족이 있는지 처음 알았어요. 너무 좋아요.”라며 이런 자리가 앞으로도 더 자주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마침 이날은 40여 명의 입교식도 이루어졌다. 불단에 서서 한참동안 입교증을 들여다보고 있던 이강원 교우(한의대 1학년)는 사실 ‘종교와 원불교’ 수업을 들은 후 원불교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친구를 따라 동아리 활동을 시작하고 입교까지 하게 된 케이스란다.
실제로 무작위로 다가가 인터뷰를 진행했던 학우들 중 여러 명이 ‘종교와 원불교 수업을 통해 원불교를 알게 되고 관심이 생겼다.’는 말을 전해왔다. 교립학교 교화의 다양한 기능 중 ‘수업’을 통한 역할이 전달되는 순간들. “교무님들이 ‘수업을 들어보고 관심이 생기면 대학법당 행사나 법회에 가벼운 마음으로 한번 와봐라.’고 말씀해 주시면 교화에 진짜 도움이 돼요.”라며 김정인 교우(복지보건학부 1학년)가 말을 보탠다.

대학 내·외 교화를 함께 고민하며
대학교당은 교직원과 학생들까지 2만 여 명을 대상으로 교화하는 장이기에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지만, ‘대학은 교화의 텃밭’이라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 게다가 교직원, 교수, 그리고 교내 스쿨버스와 경비, 환경미화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까지 모두 대학교당의 교화 범주에 들어있다보니 신경 쓸 곳도 참 많다.
어찌됐든 대학교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불교 종립학교 문화조성’. 올 3월,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하는 시점에 ‘너의 첫 마음을 응원할게’라는 걸개를 걸었던 것도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변화시켜나가고자 했던 시도 중 하나였다. “어려운 말은 마음에 와 닿기가 힘들잖아요. 쉽고 감각적인 문구를 뽑아내려고 교무님들이 애를 많이 써요.” 슬쩍 보더라도 마음에 ‘콕~!’ 박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이디어를 짜내는 날이 수 날. 그리고 역시나, “참신하다.”는 반응이 돌아온다고.
또 하나, 교직원 교화를 위해 순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는데…. “상반기에 법회 출석 목표를 숫자로 정해놓고 달렸는데, 결국 대면관계가 먼저 이루어져야겠더라고요.” 교수들의 경우 특히 개인 공간(연구실)에서 집무가 주로 이루어지는 만큼 직접 찾아가 만나다보니, 교무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 의미를 갖는 이들이 많았단다. 일주일에 두 번(화·목요일) 진행하는 순교는 하루에 적게는 6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만날 수 있는 오롯한 정서 교화의 기회다.
물론 이러한 활동들 속에는 교내에 재직하면서 교화 도우미로 활동하는 원무들의 역할도 큰 힘이다. 작년부터 원무활동을 하고 있다는 유지원 교수(사학과)는 원불교 동아리가 없던 인문대에 올해 처음 원불교 동아리를 만들었다. “진작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어요.” 동아리 구성을 위해 학생을 파악하다 보니 의외로 호응이 좋았다는 것. 서너 달쯤 되니 20여 명이 금세 모였다고.



이렇듯 여러 방법을 통해 교내 교화를 해가는 대학교당이지만, 그렇다고 대학 내 교화만을 염두에 두진 않는다. “대학 홈페이지에 링크되어 있는 대학교당 홈페이지에 교화정보와 자료를 상시로 업데이트 하고, 교화용품을 개발해서 먼저 우리 학생들의 반응을 보고 현장에 실비로 보급을 하려고도 하고 있어요.” 여기에 매년 신임 교·직원과 주기적으로 원불교와 마음공부에 대한 공부를 하며 사용하는 자료를 수정보완해서 각 기관과 교당의 신입교도 혹은 신입직원 교육에 활용할 수 있게 하려고도 한다. ‘대학에서 현장교화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다방면으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지가 가득 담긴 포부인 것.
“여러 명이 함께 한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교화대상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과정들이 좋아요.” 표중인 교무의 말처럼, ‘함께 한다.’는 것이 가진 의미와 힘은 아무래도 이곳에서는 더욱 남다르다. 힘든 일정을 마치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대학교당 교무 일곱 명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보니, ‘아, 이게 이곳의 힘이구나.’ 싶다. 
| 원광대학교 대학교당 063)850-5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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